By 김인성(iskim@bigfoot.com)
최근 애플에서 OS X을 발표했다. 알다시피 OS X은 PowerPC G3 이상(일부 PowerPC 604 버전 포함)의 CPU를 장착한 매킨토시 하드웨어에서 동작하고 마크 커널 + 다윈(FreeBSD 3.2 기반의 유닉스) 운영체제 + X와 다른 독자 GUI인 아쿠아로 구성된다.
애플은 다윈을 전격적으로 오픈 소스로 공개했는데 이는 오프소스 개발자의 지원을 등에 업기 위한 전략으로 생각된다. 이 전략은 주효해서 다윈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x86 시스템에 다윈을 포팅하고 있으며, 리눅스나 FreeBSD와 같은 독자 배포판을 목표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윈은 완전한 유닉스이기 때문에 애플에서 만든 일부 툴킷을 제외하더라도, 사용하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XFree86이 코드 수정 없이 컴파일되었으며 OS X 상용판에는 아파치 웹 서버 프로그램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OS X에서는 스트림에디터인 sed를 쓸 수 있다!, 기존의 모든 유닉스 환경의 텍스트 처리기들을 활용할 수있다 !!! (tex, roff, sgml 등등)"고 흥분하고 있으며, 오픈 소스 그래픽 프로그램인 김프(gimp)때문에 포토샵을 판매하고 있는 어도비가 위기에 처할까봐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 나온다. 참고로 김프는 포토샵 포맷의 파일을 읽어 들일 수 있으며 레이어 개념까지 구현하여 완전한 포토샵의 대용품으로 인정 받아 왔다.
다윈 때문에 FreeBSD는 단번에 오픈 소스의 핵심 운영 체계로 부상했다. 그 동안 리눅스가 점령하기 위해 노력한 데스크탑 시장은 애플이 차지할 가능성이 많다. 이제 윈도우의 경쟁 상대는 서버의 리눅스, 데스크탑의 OS X으로 재편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 애플이 해 주어야 할 일이 하나 있는데 인텔 기반의 OS X을 발표하는 것이다. 애플은 이미 인텔 기반의 다윈 바이너리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남은 것은 스티브 잡스의 결심 뿐이다. 이에 대해서 평론가들은 "스티브 잡스가 다시 카드를 쥐었다" 라고 표현했다.
애플에 대한 또 다른 움직임은 "OS X을 리눅스 기반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리눅스의 다양한 플랫폼 지원과 서버 시장의 점유율, 그리고 수많은 개발자의 지원을 등에 업는다면 단번에 데스크탑 시장과 서버 시장을 점령할 수 있다.
OS X이 마크 커널 기반 위에 동작한다는 점에 대해서 리누스는 "솔직히, 나는 쓰레기라고 생각한다(마크에 대해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음)"고 말했다. 리누스는 예전에 MINIX 운영체계의 개발자인 탄넨바움과 유명한 마이크로 커널 논쟁을 치룬 바 있는데 microkernel과 monolithic system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역사가 증명했다. 모노리딕 커널인 리눅스가 훨씬 성공적으로 성능, 안정성, 멀티 플랫폼을 구현해 냈기 때문이다. 차후로 IA64머신과 임베디드, 멀티 플랫폼을 위해서는 OS X이 리눅스를 택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만약 애플이 OS X을 리눅스에서도 동작하게 한다면 현재 개발 중인 KDE나 gnome과 차별성을 줄 수 없다. GUI에 대한 주도권만으로는 애플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텔용 OS X이 나올 가능성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업계의 예상은 PowerPC 기반의 OS X이 성공하고 안정화 되고 난 후에 인텔용 다윈까지 안정화가 된다면 예전에 NeXTSTEP처럼 인텔 버전도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서 리눅스 업체들은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1. OS X 머신을 활용한 인터넷 분야
맥에 의존적인 업체라면 웹 서버로 OS X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리눅스와 차이가 없고 듀얼 PowerPC CPU를 지원하는 보드가 출시 되었고 다윈은 기본적으로 2CPU를 지원하기 때문에(FreeBSD와 같음) 이쪽에 대한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2. OS X을 활용한 인트라넷 분야
전통적으로 맥은 출력소를 중심으로 한 출판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이 쪽은 고부가가치 시장임에도 맥의 미약한 서버 기능으로 이들 업체에서는 인트라넷 구축을 활발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파일 서버로 NT를 사용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므로 OS X을 활용한 파일서버, 프린터 서버, 고객과의 출력 파일 송수신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서버 구축 분야도 시장이 밝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예전에 맥용 파일서버, 프린터 서버를 리눅스로 구축한 적이 있는데 그래픽 업체는 가능했지만 출력소는 불가능했다. 1절지 칼라 이미지의 크기가 8G를 넘었는데 그 때에는 리눅스의 파일 크기 제한이 문제였다.
3. OS X 위에서 도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포팅
수많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있으며 이런 소프트웨어에 대한 포팅, 개발 지원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분야에 특화된 오프 소스 업체가 상당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출력소에서는 대형 이미지를 출력할 때 RIP(Raster Image Processor)라는 것을 쓴다. 원본 이미지를 출력할 미디어에 맞추어 새로 그리는 작업용인데 예전에는 RIP 하드웨어를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주로 NT기반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완전한 서버로서 기능할 수 있는 OS X에서 RIP를 위해서 NT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포팅인데 기존의 NT 제품을 가지고 있는 업체와 협력하여 OS X 용 제품을 출시할 경우, 상당한 고부가가치 제품이 될 수 있다.
4. 다윈 배포판 관련
다윈 배포판이 나오면 그에 따른 OS X 기본 다윈 업그레이드, 한글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FreeBSD처럼 공식 배포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글화 쪽에 수요가 많을 것이다. 기본 제공되는 다윈과 호환이 되면서도 성능이 더 나은 다윈 업그레이드를 필요로 할 것이고, 아무리 GUI인 아쿠아가 한글화 된다고 해도 사용자들은 다윈 자체의 한글화를 원할 것이다. 즉 한글 OS X을 구입한 사용자들이 업그레이드된 다윈을 요구할 때 애플 코리아는 이에 관해 협력할 파트너가 필요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다윈에 대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현재 애플에 대한 오프 소스 진영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퀵타임 소프트웨어조차 공개하지 않는 상태에서 오픈 소스 운영 체계를 등에 업고 개발자들의 지원을 공짜로 얻어 내려는 전략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GUI에 대한 특허를 주장하며 MS를 고소한 사건 이후에 FSF에서는 매킨토시에는 GNU 소프트웨어를 포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맥용 GUI는 XEROX의 팔로알토 연구소를 방문했던 스티브 잡스가 이 연구소 인력을 빼와서 만든 것이다. 더구나 애플의 성공에는 소위 2세대 해커라고 일컫는 70년대의 홈브루(자작)클럽 중심의 하드웨어 해커들의 산물인 애플II가 있었음에도 가장 폐쇄적인 업체라고 평가 받고 있다.
페이백을 요구하는 오픈 소스 진영에 성의 있게 응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애플이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이 될 것으로 판단되지만 세상의 일은 모르는 법. 이 새로운 운영 체계 전쟁을 관심 있게 지켜 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