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보니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부활의 리더 김태원씨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음악에서 코드는 주인이 없어. 내가 쓰면 내꺼야~!”
김태원씨의 말은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질 대로 알려진 “코드”를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바로 뮤지션의 역할이라고 이해했었고, 이 책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다.
책의 헤드카피에 적힌 것처럼 애플에서 삼성의 갤럭시S가 자신들의 아이폰의 디자인을 표절했다고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하지만, 그 애플 아이폰도 이전의 LG의 프라다폰이나 Sony의 Experia폰의 디자인과 많은 면에서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애플의 아이폰은 LG와 Sony의 디자인에서 영감(또는 힌트)를 얻어서 새롭게 창작을 한 것이고, 삼성의 갤럭시S는 아이폰을 그대로 표절했다는 것이 애플의 주장일텐데, 과연 영감을 얻어 창작을 했다는 것과 표절의 구분은 어떻게 할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책은 이런 창작과 표절의 구분을 어떻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하지 않는 산업에서 오히려 더 많은 창작활동이 일어나고 있고, 그 창작활동이 해당 산업을 더욱 융성하게 한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를 보여주면서 주장하고 있다.
책의 초반에서 예시로 든 미국의 패션 산업은 아마 스티브잡스가 패션 산업에 진출했었다면 홧병으로 돌아갔을 정도로 “대놓고” 표절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때문에 많은 명성있는 디자이너들이 피해를 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모방이 패션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이로 인해 새로운 창작활동이 일어나며, 그것이 현재 미국의 패션 산업을 세계 최일류로 꼽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만일, 다른 제조업과 유사하게 패션 디자인에 대해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법이 제정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패션 산업의 융성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모든 지적재산권, 특허, 저작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산업(예를 든다면, 첨단 기술이나 제약 분야)에서는 특허나 지적재산권이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필요하지만, 어떤 분야(예를 들면, 예술이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일정 정도의 모방을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창작 활동을 자극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지적하고 있고,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하게 된다.
사실 인간의 창작활동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전한 무에서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아인슈타인 정도의 천재가 아니면 불가능 할 것이다. 요즘 나오는 새로운 기술들도 기존 기술의 불편함을 보완하거나 기존 기술에 일부 기능을 개선해서 나오는 것이 거의 대다수이다. 이런 면에서 오히려 강력한 지적재산권의 규제는 전반적인 산업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충분한 보람을 느꼈다.
수많은 예시를 제시하고 흥미로운 사례가 많지만, 상아탑의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책이다 보니 (아주 흥미로운 주제에 비해) 좀 지루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 활동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색다른 시각을 제시해준다는 면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