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배첼더 상 수상작
★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소원이 이뤄지는 곳,
귀명사를 둘러싼 미스터리 판타지 동화
일본 아동문학계 거장 가시와바 사치코의 대표작이자 2022년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선정한 비영어권 최고의 어린이책에 주어지는 배첼더 상 수상작 《귀명사 골목의 여름》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평범하고 겁 많은 초등학생 소년 가즈와 같은 반 친구인 신비한 소녀 아카리의 여름 방학을 배경으로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소원이 이뤄지는 절 ‘귀명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모험을 담고 있다.
한밤중 잠에서 깨어난 가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위패를 모신 방에서 흰옷 입은 유령 소녀가 나오는 모습을 목격한다. 기겁한 가즈에게 가족들은 헛것을 보았다며 핀잔을 주지만, 다음 날 유령 소녀가 같은 반 교실에서 아카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보자 모든 게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가즈는 여름 방학 과제를 하던 중 오래전 집 근처에 귀명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카리가 이 절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어린이책에서 기피하는 죽음을 소재로 한 이야기지만 생생하고 입체적인 인물 묘사와 흡인력 있는 전개 덕분에 속도감 있게 읽힌다. 다 읽고 나면 우리에게 주어진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지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 《귀명사 골목의 여름》에 대한 찬사들
“강렬한 인물 묘사, 풍부한 문화적 디테일, 그리고 영리하게 겹쳐진 이야기 속
또 다른 이야기가 이 책을 설득력 있고, 긴장감 넘치는 읽을거리로 만들어 준다.”
- 배첼더 상 선정 위원회
“초자연적인 미스터리와 현실 세계의 우정을 함께 그린 작품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하다.”
- 커커스 리뷰
“유머러스하면서 사려 깊은 판타지로 가득한,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책.”
-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독자들은 순수한 유령 이야기와 섬뜩하고 불안한 미스터리를 엮은 이 작품을 통해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과 경이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 린다 수 박(뉴베리 상 수상 작가)
1. 우리 집에서 귀신이 나왔다!
2. 다들 이상해. 아니, 내가 이상한가?
3. 기묘한 노인들
4. 우리 집이 귀명사였다!
5. 사라진 본존불
6. 오래된 잡지 〈데이지〉
7. 「달은 왼쪽에 있다」 1
8. 「달은 왼쪽에 있다」 2
9. 함께 바다에 가다
10. 미카 리는 누구?
11. 「달은 왼쪽에 있다」 3
12. 「달은 왼쪽에 있다」 4
13. 여름 방학의 끝
오싹한 미스터리와 가슴 저린 판타지,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동화의 탄생
국내에서 가시와바 사치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영향을 준 동화 《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가시와바 사치코는 신인 시절부터 다수의 문학상을 석권하며 수십 년간 어린이를 위한 문학 작품을 써 온 아동문학계의 대가로 여겨진다. 고단샤 아동문학신인상, 일본아동문학가협회 신인상,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쇼가쿠칸 아동출판문화상, 노마 아동문예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2022년에는 《귀명사 골목의 여름》으로 그 해 미국에서 출간된 최고의 비영어권 어린이책에 주어지는 배첼더 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귀명사 골목의 여름》은 명실상부한 가시와바 사치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귀명사’라는 낯선 이름, 돌아올 귀(歸), 목숨 명(命) 자를 써서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절’이라는 뜻이다. 책의 주인공 가즈는 수업 시간에 자신이 사는 지역의 옛 지도를 살피던 중 귀명사라는 이름을 발견하자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전날 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위패를 모신 방에서 흰옷을 입은 맨발의 유령 소녀가 나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게다가 가즈가 교실에서 유령 소녀와 똑같이 생긴 여자아이를 보고 놀라자 친구들은 어째서 아카리를 처음 보는 사람 대하듯 하냐며 의아해한다. 더군다나 가즈가 귀명사에 대해 아빠에게 질문한 이후, 동네 노인들이 일제히 달려와 왜 그런 걸 궁금해하느냐고 물으면서 정작 귀명사의 정체에 대해서는 숨기려 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 소녀와 귀명사 사이에 뭔가 관련이 있다는 예감이 든 가즈는 여름 방학 기간 동안 귀명사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누구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삶이라는 시간,
그래서 더 애틋하고 소중한 지금
가즈의 아빠가 귀명사에 대해 알 만한 어른으로 지목한 사람은 할아버지의 친구였던 미나카미 할머니. 80대의 나이에도 개성 넘치는 이 할머니가 가즈의 눈에는 왠지 모르게 수상하다. 귀명사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도 없다면서, 혹시 좀비처럼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존재를 본 적이 있느냐고 가즈에게 묻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즈는 미나카미 할머니가 유령인지 사람인지 모를 존재, 다시 말해 아카리에 대해 캐묻고 있음을 눈치챈다.
가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외에 있는 삼촌에게 이메일로 귀명사에 대해 물었고, 뜻밖에도 자신의 집안이 대대로 귀명사의 본존불을 몰래 숨겨 왔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전쟁이나 사고로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사람이 귀명사에 기도하면 죽은 이가 살아 돌아온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때문에 가즈의 집안은 귀명사의 본존불을 지켜 왔던 것이다. 단, 귀명사 덕분에 다시 살게 된 사람의 정체를 누군가 폭로하면, 그 즉시 폭로당한 사람은 사라지고 만다고 했다. 가즈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 안의 불단을 살피다가 귀명사의 본존불이 없어진 걸 발견한다. 보나 마나 미나카미 할머니가 범인일 거라 여긴 가즈는 할머니를 찾아가 본존불을 돌려 달라고 애원한다. 예상대로 미나카미 할머니는 그런 적 없다고 시치미를 떼면서도 귀명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죽은 뒤에 기회가 있다 해도 나는 돌아오지 않을 거다.”
“하지만 만약 돌아와서 다시 살 수 있다면 기쁘지 않을까요?”
“기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선 안 되는 거야. 사람은 되살아날 필요가 없도록
열심히,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해.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_ 본문 100쪽
가즈는 귀명사의 본존불을 지켜 온 가문의 대표로서, 그리고 어린 나이에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가 귀명사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게 된 자신의 친구 아카리를 위해서 또 한 번의 모험을 시작한다.
사람을 살리고, 살고 싶게 하는 이야기의 힘,
현실과 판타지가 하나로 겹쳐지는 멋진 결말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책 「달은 왼쪽에 있다」일 것이다. 책의 3분의 1 분량을 차지하는 이 이야기는 아카리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전, 안타깝게 죽은 소녀가 생전에 좋아하던 연재 소설이다. 마녀에게 팔려 간 가난한 소녀, 처형장의 유령이 된 아들을 다시 살려 왕위에 올리겠다는 마녀의 오랜 계획, 그리고 이 계획을 완성하기 위한 달처럼 커다란 진주를 찾으려고 호수에 뛰어드는 소녀의 이야기는 잔혹하면서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슬픈 동화로 읽힌다. 아마도 아카리는 이야기 속 ‘처형장의 유령’으로 불리는 마녀의 아들에게서 죽음을 거부하고 삶을 되찾고자 한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가즈는 오래전 연재가 중단된 「달은 왼쪽에 있다」의 작가를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닌 끝에 이 소설의 작가가 다름 아닌 미나카미 할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즈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는 미나카미 할머니를 끈질기게 설득해 「달은 왼쪽에 있다」의 결말을 쓰게 만든다. 그리고 미나카미 할머니는 자신이 쓴 글을 통해 귀명사와 아카리에 대한 결정이 무엇이었는지 대답을 들려준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가즈와 아카리가 있는 현실 세계, 그리고 마녀와 왕자가 있는 판타지 세계가 하나로 겹쳐지면서 독자들은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된다. 한 권으로 마치 두 권을 읽은 듯한 풍요로운 독서 체험을 선사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