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전쟁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인공지능 비즈니스야 말로 소리 없이 맹렬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다. 반도체 전쟁에서도 AI칩은 최고의 이슈다. 각국이 AI 기술과 비즈니스를 미래 최고의 먹거리 산업으로 여기고 많은 지원을 아낌 없이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지금 당장은 남의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AI는 우리 삶을 가랑비에 속옷 젖듯이 알게 모르게 조용히 변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 챗봇은 이제 당연한 상황이 되었고, 먼 미래의 공상과학 이야기처럼 여겨왔던 자율주행 버스도 등장하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가 내장되었다.
이런 기술 변화는 산업과 고용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건지, 심각히 고민해야 하며, 내가 어떤 기술을 익혀야 할지, 어떤 직장을 선택할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나 정보를 갖추는 것은 장래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에 최신의 인공지능 기술과 산업 전반에 대해 알고 싶다면, 홍정한, 변형균 저자의 '멀티모달 생성 AI 인사이드'를 꼭 한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의 제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분도 있겠지만, 이 책은 최신 인공지능 비즈니스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잘 담고 있고, 내용도 이해하기 쉽게 적어 놓았다. 부제처럼 멀티모달 생성 AI의 개념부터 활용전략과 미래 전망까지 잘 담고 있는 책이다.
여기서 '멀티모달 생성 AI'라는 용어가 생소한 분이 많을 것이다. 나도 이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아이고 또 공부할 게 늘었구나'했다. 새로 등장한 인공지능 기술인가 했다. 그런데 오해였다. 멀티모달 생성 AI는 책에서 알려주고 있는 거처럼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텍스트, 음성, 이미지, 동영상 등의 데이터 처리 AI 기술을 필요에 따라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지칭한다.
이젠 데이터 유형별로 나눠져 있던 인공지능 기술이 전체적으로 통합해서 처리하는 단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유튜브나 언론 등에서 멀티모달 생성 AI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고, 앞으론 더욱 자주 쓰이게 될 용어인 것이다.
책 초반부에는 이러한 멀티모달 생성 AI 개념 설명과 인공지능의 역사, AI 기술 활용 사례, 필요한 수학 지식 같은 것을 담고 있다. AI의 역사 경우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지만, 연표처럼 내용을 구성해서 그런지 뭔가 연속성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기억이나 이해하기에 더욱 좋았다.
챕터 2에는 멀티모달 생성 AI 기술의 변천 과정이 나오는데, VAE부터, GAN, 확산모델, 트랜스포머, CLIP, DALL-E2, LLaMA, 챗GPT, 바드, SAM 등 다양한 대규모 언어 모델들이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는 짧은 파이썬 코드가 등장하기도 하고, 관련 수학 공식 같은 것도 나오는데, 잘 모르면 무시하고 넘어가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별 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물론 파이썬을 잘 알고 있다면, LLM을 어떻게 쓰이는 지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NOTE 코너를 통해 보다 자세한 추가 설명이 되어 있고, 비교하기 쉽게 표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공부하다 보면, '이걸 어디다 쓰지'하는 궁금증이 자주 생기곤 한다. 내 경우 특히 그런 비즈니스 마인드가 참 부족해서, 몇 숟가락 떠먹여 주지 않으면, 전혀 머리에 그려지지도 않고, 영감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멀티모달 생성 AI 인사이드'는 고맙게도 쓰이는 기술과 함께 다양한 사례도 보여준다. 덕분에 많은 참고가 되었고, 머릿속에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AI 비즈니스를 생각 중인 분이라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유수의 AI 빅 테크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오픈AI부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네이버까지 현재 상황을 연도별 발전 과정과 함께 잘 담고 있다.
AI 산업은 지금 불 붙은 상황이므로 앞으로 어떻게 번질지 모른다. 아직 변수가 존재한다. 생각 보다 빠르게 발전할 수도 있지만, 반면, 예전처럼 한계에 부딪혀 또 한 번의 겨울을 맞이할 수도 있다.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도 워낙 크다 보니, 각종 이슈도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딥페이크, 편향성, 지적재산권, 일자리에 대한 문제점이 그런 것들인데, 이것들에 대해 책에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편향으로 인해, 여러 차례 인공지능 서비스가 중단된 사실이 있는데, 이게 참 어려운 게, 인간 자체가 저마다 특정한 편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그런 자료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편향을 가지지 않는 다는 게 더 이상하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하라는 속담과 같다. 그걸 바로 잡아야 하지만, 올바른 기준이라는 것 자체도 애매함이 있다. 성별, 나이, 인종, 국가, 문화를 초월하는 절대적 정의를 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인류 차원의 합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것 또한 중요한 비즈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그밖에 '멀티모달 생성 AI 인사이드'에서는 국가별 인공지능에 대한 노력, 새로운 법률, AI의 다양한 가능성을 담은 미래 시나리오 등을 다루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멀티모달 생성 AI의 개념, 활용, 산업 상황, 전망까지 담고 있어, 생성 AI 전반을 위에서 들여다 보는 느낌도 드는 책이다. 그리고 워낙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최신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어, 각종 자료로 쓰기에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AI 관련자, AI 비즈니스를 하는 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잘 모르는 분도 큰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