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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 네트워크
저자 : 명승은
출처 :
미디어 2.0 :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
전통 미디어 세력인 신문과 방송은 인터넷으로 영역을 넓히고 다시 권력화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거의 모든 뉴 미디어의 핵심 콘텐츠는 날마다 새롭게 공급되는 뉴스가 될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방송사는 연예 스포츠 콘텐츠를 전략무기로 뉴 미디어 산업에서도 그 영향력을 추락시키지 않을 것이다. 포털이나 인터넷 신생 매체들이 새로운 권력이나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산업적인 이해관계로 자의든 타의든 제한적인 영향력만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통 미디어를 비롯해 뉴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현상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바로 블로그의 등장이다. 블로그는 이제 단순히 인터넷 서비스의 한 종류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터넷 기술들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콘텐츠 공급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2004년과 2005년에 주목을 받았던 1인 미디어는 정작 싸이월드였다. 싸이월드는 개인의 일상을 소박하게 담고 네티즌들이 서로 가볍게 1촌을 맺어가며 네트워크를 엮어나가는 방식의 서비스다. 전국민을 싸이질 열풍에 빠져들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지
니진 못했다. 일부 싸이월드에 올려진 글들이 간간히 언론에 의해 주목받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기존 언론들이 골라 보여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1인 미디어라고 부르기 힘들었다. 따라서 싸이월드 류의 개인적인 서비스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라는 용어에 부분적으
로 포함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 "싸이질"이란 신조어를 유행시켰던 싸이월드. 누구나 간단하게 작은 홈페이지를 꾸밀 수 있고 개인 간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 때문에 청소년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단,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개인사적인 이야기에 매몰돼 있어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반면 이러한 싸이월드 열풍은 개인적인 소통에 치우쳐지면서 역으로 블로그를 좀더 공적인 매체로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블로그 역시 손쉽게 자신의 일상을 적고 서로 트랙백을 보내고 댓글을 다는 식으로 여느 게시판 서비스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싸이월드는 개인 미디어, 블로그는
1인 미디어라는 등식이 공감을 얻으면서 블로그는 상대적으로 공적인 글쓰기를 위한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블로그의 공적인 내용의 글쓰기와 함께 포털과 각종 UCC 사이트, 메타사이트를 통한 개인 콘텐츠의 유통망 확대도 블로그 저널리즘 싹이 돋아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블로그라는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한 지 10년 만에 블로그는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할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5년 말부터 유명 블로그들에게 언론에게만 제공되던 정보 접근 편의성이 제공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삼성전자는 기자들을 배제한 채 블로거와 인터넷 기고가들을 초청
해 신형 제품을 상세히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블로그의 평가에 기업 담당자들이 댓글을 다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기고 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국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가 블로거들이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비록 유력 후보들이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 행사로 끝났지만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 행사였다.
[2007년 10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권영길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블로거들이 직접 주최한 대통령 후보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각 후보 간담회는 곰TV, 프리챌에서 실시간 중계되었고 오마이뉴스, KBS, 전자신문, 동아일보 등 기성 매체는 행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 후보들까지 블로그의 관심에 긴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이 올린 블로그 글 하나가 사회에 새로운 이슈를 던져주고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도 종종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언론에 집중됐던 의제설정 기능이 분산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각계 전문가들
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기존 언론이 맡았던 단순한 정보전달을 비롯해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는 글이 신뢰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릴레이로 주장을 담은 글을 올리는 1인 시위도 시도되고 있으며 특정인을 지지하는 글들이 꼬리를 물면서 올라오는 새로운 유형의 글쓰기도 공감을 얻고 있다.
2006년 말에는 비정규직 차별 반대 블로그 1인 시위도 사회적인 반향을 얻으며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거주하며 블로그 기자단 활동을 하는 심샛별씨의 아프리카 에이즈 고아 돕기 자선행사 제안에 수많은 블로그가 동참하고 이를 다시 동아일보 등 언론이 주
목하는 일도 있었다. 블로거뉴스의 우토로에 대한 인터넷 여론 몰이나 2007년 대선에서 문국현 후보의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지지세 확산 역시 블로거가 큰 역할을 했다.
코리안클릭이 2006년 4월 펴낸 인터넷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서비스별 이용 실태 가운데 주목할만한 지표가 잡힌다. 그동안 잠시 주춤했던 동호회 이용률이 35.3%로 다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아직 이용률 기준으로 13위(23.4%)에 불과하지만 블로그 이용 증
가률이 70.1%를 기록하며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미니홈피 이용 증가률이 10%였던 것에 비하면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대폭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단 2004년 9월 31%에 이르렀던 블로그 이용률이 지난해에는 13.7%로 급격히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블로그 이용 행태에 대해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초기에는 포털 블로그를 통해 블로그라는 미디어를 직접 접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많은 수의 사용자가 지속적인 포스팅을 포기하거나 무작위 펌질에 실망을 느끼고 떠났다. 그러나 다시 블로그의 전반적인 품질이 높아지면서 되돌아오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히 미디어 영향력을 가질만한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하지만 내가 블로그의 미디어화, 또는 콘텐츠 공급처인 CP화에 대해 주장하는 것에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생각하기에 블로그는 개인의 일상을 적는 일기장 이상의 무엇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괜히 기성 미디어를 흉내낸다는 것이 오히려 블로그 콘텐츠를 저질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블로그가 저널리즘의 도구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 일기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집중돼 있지 않은 생산처로 인한 메시지 다양화는 어찌 보면 필연적인 현상이다. 매년 수만권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지만 베스트셀러나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책의 수는 한정돼 있다.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다. 1천만 개 이상의 블로그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는 블로그는 소수에 불과하며 그나마 일정한 영역별로 그 영향력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뉜다. 바로 독자가 평가하는 마이크로미디어 시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