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점 상태에서 납품한 후 상대에게 받은 피드백을 이용해 100점으로 끌어올린다
‘혼자서 100점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재무성을 그만두고 사법연수생으로서 경험을 쌓아가던 무렵, 한 재판을 본것이 계기였다. 동기 사법연수생이 던진 한마디가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내 생각을 완전히 깨부수었다.
그 재판의 원고는 어느 지방공공단체였고, 피고는 시스템 개발업자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시스템 개발을 의뢰했고, 피고는 그 시스템을 완성시켜 납품했다.
그러나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하자마자 몇 개의 버그가 발견됐다. 사소한 것이라도 오작동은 오작동이다. 납품받은 시스템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에 화가 난 지방공공단체는 그 업체를 제소했다. 그리고 싸움은 법정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100점을 추구하라’고 철저히 주입받으며 재무성에서 일했던 나는 ‘시스템 개발업자는 완벽한 시스템을 납품해야 한다. 그러지 못했다면 대금을 전액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기의 의견은 달랐다. 사실 그는 시스템엔지니어로 오랫동안제일선에서 활약하다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변호사가 된 이례적인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의 의견은 나에게 무척이나 참신하게 와 닿았다. 그는이렇게 말했다.
“보통 다양한 가능성을 상정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버그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발하지는 않아. 비용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드니까. 그래서 80점짜리 시스템을 납품한 후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 그 후에는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아서 버그를 개선해나가는 거야. 시스템 개발업자와 고객이 하나가 되어 최종적으로 100점짜리 시스템을 완성시키는 거지. 그게 가장 효율적이야.”
80점에서 100점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모두가 분담하다
80점을 100점으로 끌어올리려면 터무니없는 비용이 소모된다. 온갖 가능성을 상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으로부터 어떤 질문이 날아올지 알 수 없다. 교과서 어디에서 문제가 출제될지 모른다. 그런 불확실한 요소를 근거로 온갖 가능성을 없애나가려고 하면 작업은 방대해진다.
하지만 고객이나 상사와 소통하며 그 가능성을 제거해나가면 어떨까. 예를 들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버그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난 버그에만 대응한다면 이 부분에 드는 비용은 상당히 축소될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렇게 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최선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설명하여 이해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법연수생 시절에 본 재판에서 원고는 지방공공단체로, 100점을 추구하는 세계의 사람들이다. 한편 피고는 시스템 개발업자로, 80점에서 100점으로 끌어올리는 세계의 사람들이다. 두 세계가 가진 상식은 완전히 달랐다.
문제는 납품 때 80점이었다는 점이 아니라, 시스템 개발업자가 지방공공단체에 그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답을 처음부터 기대하지 말고 우선 합격선에 이르는 답을 구한 후 그것을 함께 완벽에 가깝게 이끌어간다. 사고방식을 그렇게 바꾸는 것만으로도 업무는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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