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이노라고 하면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꼭 배워야 한다는 시선이 생긴지 꽤 되었다. 뭔가를 ‘만든다’는 근본적인 욕구가 가장 큰 진입장벽인 ‘돈’을 안들이고 제작할 수 있는, 앱이라는 개발 플랫폼을 통해 대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을 때, 그 붐을 하드웨어 쪽으로도 확장시켜준 도구가 아두이노 키트이다. 가격은 약 3만원대로 저렴하고, ‘만드는’ 경험에 얹어서 물리적으로 만져지는 것을 재량껏 바꾸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Digital Fabrication, Hardware Prototype 이라는 강의에 나올법한 단어들도 아두이노가 없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다.
아두이노는 쉽게 말하면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갖춘 소형 컴퓨터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들 안에 탑재되어 ‘기능 제어’의 역할을 맡는다. 아두이노의 장점은 오픈소스 하드웨어로써 관련 이야기를 하는 커뮤니티가 크고 프로토타이핑을 하기 좋다는 것이다. 한편 공학자들에게 아두이노는 일종의 장난감 수준이었기에 지금처럼 핫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티스트들과 비공학자들이 아두이노로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내고 시선의 전환을 만들어냄으로써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한편, 공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자기 아이디어를 바로 구현하고, 이를 공학지식이 없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그들에겐 역설적으로 로우테크를 통한 기술의 진보를 보여준 셈이다.
본 책에서는 아두이노 프로젝트를 하기 위한 간단한 전자회로 이론과 최소한의 준비물들, 아두이노 세팅을 주제로 첫 단추를 꿰멘다. 그 이후에는 아두이노 실전 프로젝트를 매 장마다 하나씩 세세하게 소개시키고 옆에서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유쾌한 리더마냥 독자들을 이끈다.
떨어진 두 물체 사이의 거리를 재서 활용하는 초음파 거리 감지 센서, 서브모터 2개로 발 4개를 움직이는 로봇, 손을 흔드는 동작을 통해 그림을 바꾸는 반응형 액자, 컴퓨터로 가전제품의 전원을 제어하는 기술, 마지막으로 블루투스를 활용한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축구 로봇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대세 코드인 파이썬과 안드로이드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를 한다.
아두이노가 공학하는 사람들을 넘어, 누구나 흥미롭게 배우고 싶겠다는 생각이 든 포인트는 두가지이다. 머릿속으로만 하는 생각들, 나를 존재하고 싶게 해주는 나의 정체성, 나를 개성있게 해주는 나의 아티스트적 기질과 같이 추상적인 자신의 무언가를 전보다 아주 쉽게, 보이는 무언가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딱딱한 레고블럭 이상의 인터랙션을 할 수 있는 전자기기가 그 첫번째 산물일 것이고, 조금씩 발전시켜나가며 그것을 키우는 재미를 얹고, 덤으로 가져가는 공학적인 지식은 앞으로 하이테크의 삶을 살아나가는 데에 있어서 미래를 꽤나 내다본 선택이 될 것이다.
다른 포인트는 이 책을 읽다가도 느껴지지만 이런 쪽의 사람들이 주로 보여주는 정신적인 것들, 기존의 것들을 해체하고 뭔가 새롭고 재미난 것을 만들어 보자는 유쾌한 의지가 읽는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유별난 매력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호모 파베르"란, 인간의 본질을 도구를 사용하고 만들 줄 안다는 점에서 파악하는 인간관이다. 즉, 인간은 유형, 무형의 도구를 만드는 그 속에서 자기 자신도 만들어나간다는 얘기. 발전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귀족적인 취미들이 하나씩 대중화되는 요즘, ‘만들다’ 라는 단어에 끌린다면 아두이노를 만져보는 것이 더 없이 좋은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