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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개정판)

한빛비즈

집필서

판매중

5점 (1명)
좋아요 : 16

진짜 인문학은 우리에게 똑바로 서서 살아가는 힘을 준다

삶에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인문학의 힘을 느껴보라!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 모든 것이 불안정하게 돌아가고 불안감이 고조되는 때일수록 인간은 자기 확신을 필요로 한다. 그 확신을 심어주는 삶의 지침서가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면 스스로 단단해지고, 일상도 단단해진다. 그 단단함 위에 비로소 더 많은 지식, 더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인문학을 공부하면 삶의 문제들이 해결될까? 인문학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문제를 풀어나갈 역량을 키워준다. 이것이 인문학 지식을 단순히 암기식으로 습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 책의 저자는 인문학이 일상 가까이에 있다고 강조한다. 인문학에 가장 친근하게, 그리고 가장 빨리 접근하는 방법은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밀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식을 습득하려고만 하지 말고 의심을 통해 질문을 던지면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그래서 일상과 인문학을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면 세상을 똑바로 보고 살아가는 힘이 생긴다. 인문학을 삶에 현실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일상의 고민들에 잠복되지 않기 위해서, 일차원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 이 실용주의 사회에서 소외되었던 자신을 다시 삶의 주인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이제 진짜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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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순 저자

박홍순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인문학을 많은 사람들, 뒤돌아볼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친근한 벗으로 만드는 일에 애착을 갖고 있다. 인문학이 생생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석으로 굳어진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인문학적 사유를 일상의 사건과 삶에 밀착시키는 방향으로 글을 써왔다.

동서양 미술작품을 매개로 철학적・사회적 영역으로 인식 지평을 확장하여 인문학적 사유로 심화해 들어간 《미술관 옆 인문학》(1, 2권), 서양철학사와 서양미술사를 통합적으로 서술한 《사유와 매혹》(1, 2권), 지난 수천 년간의 사상사에 굵직한 궤적을 남긴 주요 논쟁을 시간・공간을 넘나드는 가상 논쟁을 통해 토론식으로 풀어낸 《히스토리아 대논쟁》(1∼5권) 등을 펴냈다.

 

“이 책은 인문학 입구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일상의 삶과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친근한 미술작품, 영화나 연극, TV드라마와 다큐멘터리 등에 나타난 인간의 삶에 인문학적 사유를 녹여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일상과 상상력으로 촉발된 인문학적 사유를 심화시키기 위해 관련된 인문 고전을 연결하고, 풍부한 이해를 위해 현실의 사례들로 풀어냈다. 이 책이 마치 자기 방문을 열듯이 자연스럽게 인문학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 인문학 입구에서 망설이는 그대에게

 

1부 상상력이 인문학의 첫걸음이다

 

인문학의 힘 

우리를 주눅 들게 하는 인문학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 

인문학에 대한 편견부터 없애자 

 

인문학은 생활이다 

일상 가까이에 인문학이 있다 

인문학이 어떻게 일상에 적용되는가 

인문학적으로 생각의 지평을 확장한다는 것 

 

인문학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 장자 《장자》 

상상력은 현실에 밀착한 꼼꼼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존 레논의 <이매진>과 인문학적 상상력 

《장자》, 마르지 않는 인문학적 상상력의 샘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이성과 논리로 보는 혜자의 눈 

마음으로 보는 장자의 눈 

 

인문학적 상상력을 방해하는 적들 

- 마르쿠제 《일차원적 인간》 

인문학에는 천재가 없다 

통념과 관성을 강요하는 사회를 고발하다 

첫 번째 장애물: 소비 중독 

두 번째 장애물: 합리성 중독 

세 번째 장애물: 미디어 중독

 

2부 나를 돌아보는 시간

 

나는 누구인가 

- 플라톤 《파이돈》 

가장 생뚱맞은 말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인간의 본질 

몸이 진정한 자신일 수 있는가 

몸에 기초한 감각은 우리를 속인다 

순수한 영혼을 통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라 

과연 육체에서 분리된 정신이 곧 인간의 본질일까 

 

나는 악한 존재인가 

- 마키아벨리 《군주론》 

인간은 악하다는 가르침들 

마키아벨리, 악한 인간 본성을 말하다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적인 인간 

인간의 악마성을 만나다-<눈먼 자들의 도시> 

악한 본성론의 문제는 억압의 정당화에 있다 

 

나는 왜 항상 불안한가 

- 키에르케고르 《불안의 개념》 

현대인은 불안을 끌어안고 산다 

불안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 

인간은 불안에서 달아날 수 없다 

현대사회는 왜 불안이 만연해 있나

복잡해진 현대사회의 새로운 불안 양상 

불안은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 

 

나는 내 마음의 주인인가 

- 프로이트 《꿈의 해석》

내가 생각하는 내가 진정한 자신일까

무의식의 세계를 그리다-<인셉션>

당신은 무의식에 지배당하고 있다 

꿈은 중요한 심리적 행위다 

꿈은 성적인 퇴행 과정이다 

 

3부 삶과 죽음 그리고 행복

 

어떻게 살 것인가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우리는 왜 대박의 꿈에 집착하는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소유할 것인가, 존재할 것인가 

소유를 통한 자아 정립은 결국 실패한다 

존재하라, 보다 적극적으로 

존재로서의 삶을 사는 법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일 뿐인가 

-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당신은 죽음을 얼마나 생각하는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버킷리스트 

죽음에 대한 생각이 철학의 입구다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관성의 삶은 순종을 부른다 

죽음을 생각할 때 비로소 삶이 열린다 

 

감정과 성격이란 무엇인가 

- 아들러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우울이라는 감정과 성격 

왜 우울증이 증가하는가

개인의 심리적 차원에서의 우울증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열등감이 감정과 성격을 만든다 

열등감은 성격 장애를 불러온다-<아마데우스> 

부모의 취약한 협동이 아이의 열등감을 만든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전부가 아니다

 

광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미셀 푸코 《광기의 역사》 

광기가 예술이 된 사람, 고흐 

광기의 역사는 권력과 맞닿아 있다

전통사회에서 광인은 직접 대면하는 현실의 일부였다 

이성이 비이성으로서의 광기를 정복하는 사회 

광기는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소돔의 120일> 

광기를 인정하면 자유가 온다 

 

4부 관계 안의 인간

 

사랑과 결혼 그리고 성 

-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사랑과 결혼을 논하다 

사랑은 영원할 수 있는가 

로댕과 클로델의 사랑과 이별 

사랑의 본질은 정신인가, 육체적 욕망인가

통속적이지 않은 사랑이 사랑일 수 있을까 

 

부모와 자식 그리고 교육 

- 루소 《에밀》 

우리에게는 진정한 스승이 있는가-<죽은 시인의 사회> 

이 세상의 부모들을 고발하다 

근대 교육의 추악한 현실

태어나자마자 아기의 자연성을 왜곡하는 부모들 

인위적 이성이 아닌 감성에 의한 자연 교육을 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차별 

- 보부아르 《제2의 성》

탕! 남성과 여성의 새로운 관계 신호탄이 울렸다-<인형의 집> 

가부장제 아래서 차별을 받는 여성의 현실

보부아르, 여자를 말하다 

주체로서의 남성과 대상으로서의 여성 

여성은 여성으로 만들어진다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관계를 위하여 

 

우리와 이방인 그리고 연대 

-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행복한 원시의 땅이 파괴되다-<아마존의 눈물> 

이방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 

원주민의 생활에 나타난 자연과 인간의 관계 

문명이 곧 우월함은 아니다 

원시사회의 합리성

슬픈 열대에 대한 반성과 성찰 

 

5부 돈과 일 그리고 여가

 

돈이란 무엇인가 

- 짐멜 《돈의 철학》

어쩌다 돈이 인생의 목표가 되었나 

돈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신념-<위대한 개츠비>

돈의 사회적·심리적·철학적 의미를 탐구하다 

한때 돈은 여러 수단 중 하나에 불과했다 

돈이 수단에서 목적으로 전환되다 

돈을 어떻게 볼 것인가 

 

왜 일을 하는가 

-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대부분의 시간을 일로 보내는 삶

종교가 자본주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시간 낭비는 악, 성실한 노동을 통한 부 획득은 선 

금욕주의와 직업관에 입각한 합리적 생활 

근대 자본주의 정신의 쇠퇴와 위기 

 

시간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가 

- 테일러 《과학적 관리의 원칙》 

시간의 의미를 바꾸다-<모던 타임스> 

합리적 관리와 통제 대상으로서의 시간

과학적 관리 원칙이란 무엇인가

현실의 테일러시스템과 시간의 노예로 전락한 인간 

과학적 관리 원칙이 불러올 수 있는 재앙 

 

여가와 놀이는 낭비인가 

-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한국인에게 여가란 무엇인가 

게으름과 여가를 권하다 

수입을 저축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 

근로의 도덕은 노예의 도덕이다 

여가문화가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발전을 만들어준다

문사철의 조화로운 융합, 한 권으로 채우는 인문학의 힘

인문 교양을 쌓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

 

인문학 열풍으로 공주들도 떴다. 여기서 공주는 왕자를 기다리는 성 안의 공주가 아니다. ‘공부하는 주부들’의 약자다. 입학을 위해서도, 취업을 위해서도 아니고,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들은 어려운 인문학 공부에 뛰어들까? 가정에 매여 어느 순간 희미하게 사라진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서다.

인문학은 삶을 위해 절실하다. 그 삶이라는 게, 입학시험이나 취직시험, 승진시험처럼 구체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 간절하여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쥐락펴락하는 ‘일상의 문제들’이다. 나는 왜 불안한지, 타인은커녕 나조차도 왜 나 자신을 이해 못 하는지, 삶이 왜 허무하고 죽음이 왜 두려운지, 사랑은 왜 끝나고 마는지, 왜 돈과 시간에 허덕이며 살아야 하는지 등등 너무 커다란 문제 같지만 사실은 일상을 뒤흔드는 질문들을 위해 인문학은 절실하다. 그래서 입학을 준비하는 사람도, 취업이나 승진을 염원하는 사람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먼저 알기 위해 인문학 ‘지식’이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회는 지식을 도구로 삼으라고 압박하지만 지식은 도구가 되지 않는다. 낱낱의 재료일 뿐이다. 그것들을 씨줄 날줄로 엮어 진짜 삶의 도구로 만들어내는 것은 제 스스로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는 힘이다. 면접관이든 사장이든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당신에게 지식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신의 ‘시각’을 물을 뿐이다. 인문학 지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것을 자기 삶으로 어떻게 끌어오는지 보고 싶어 한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문학적으로 생각하고 삶에 질문을 던지는 태도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인문학에 대한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한다.

 

삶의 변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진짜 인문학의 힘

일상 속에 인문학이 있다

 

인문학을 공부하면 삶의 문제들이 해결될까? 인문학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문제를 풀어나갈 역량을 키워준다. 이것이 인문학 지식을 단순히 암기식으로 습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혹실드의 《감정노동》을 텍스트로 읽고 외워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런 사람은 아이를 돌보는 그림에서 부모의 사랑이라는 단편적인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 부모의 사랑 같은 본능적인 문제에 무슨 인문학을 들이대느냐고 묻는다면 ‘중2병’으로 반항하는 아이와의 갈등, 아이에 대한 복잡 미묘한 부모의 감정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아버린다.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 속에서 육아와 모성애라는 키워드를 찾고, 부조리한 사회로 연결하며, 에리히 프롬의 소유하는 삶과 존재하는 삶으로까지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그런 후에 자녀에 대한 태도가 바뀌고, 자신의 삶이 변화될 가능성이 발견되는 것이 인문학적 사고의 힘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문학이 일상 가까이에 있다고 강조한다. 인문학에 가장 친근하게, 그리고 가장 빨리 접근하는 방법은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밀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식을 습득하려고만 하지 말고 의심을 통해 질문을 던지면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그래서 일상과 인문학을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언제까지 그저 소비하는 인간, 노동하는 인간, 게으름을 죄악으로 알고 휴식을 즐기지 못하는 인간, 돈에 쫓기고 돈만 좇는 인간으로 살 것인가? 이런 삶에서 과연 인문학의 단편적인 지식들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면 세상을 똑바로 보고 살아가는 힘이 생긴다. 인문학을 삶에 현실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인문학 입구에서 망설이다 번번이 포기했던 사람,

인문학 지식을 외워도 구멍 난 독에 물 붓는 듯해 허탈했던 사람,

도대체 인문학을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사람,

그럼에도 여전히 인문학 공부가 숙제처럼 남은 사람을 위한

살아 숨 쉬는 인문학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인문학 지식들을 암기식으로 가르치고 있다. 인문학 공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의 나열은 어렵고 고단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대체 인문학을 공부해서 어떻게 써먹으라는 거지?

우리에게는 삶에 생생하게 작용하는 인문학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인문학의 분야들을 차례차례 섭렵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인문 고전 지식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와 서로 융합하며 삶에 녹아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의 문제들과 부딪혔을 때, 사람이 이해되지 않을 때, 문득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때, 삶이 힘들고 고독하게 느껴질 때, 적절한 질문과 답이 머릿속에 떠올라야 한다.

삶의 중요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인문학에 접근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렵기만 했던 인문학에 대한 기초 체력이 생길 것이다.

 

 

책 속으로

 

인문학은 일상의 삶에 밀착해 있다. 일상과 분리된 인문학이라면 신기한 화석에 불과하다. 기원전 플라톤, 혹은 수백 년 전 근대 사상가의 글이 현재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직접 관련이 없다면 박물관에서 만나는 낯선 유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박학다식함을 뽐내는 수단일 뿐이다. 인문 고전이 필요한 것은 우리의 현실에서 절실한 인문학적 사유와 다양한 문제의식을 담뿍 지녔기 때문이다.

_저자의 말 <인문학 입구에서 망설이는 그대에게>

 

흔히 일상생활의 문제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 그래서 철학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긴다. 이에 비해 철학이나 학문은 순수하고 고귀한 정신의 산물로 치켜세운다. 철학은 복잡하고 사소해 보이는 일상생활과는 달리 고도의 정신적·추상적 작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겪는 일은 하찮고 사소한 것으로 취급받는다. 일상은 철학에 의해 버림받은 채 짜증나는 반복 속에 내팽개쳐 있다.

인문학이 뿌리를 내려야 할 일상이 관성과 기계적 작용에 머물러 있게 되면서 인간은 생활의 주인의 자리에서 밀려났다. 현대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 포위당해서 꼼짝달싹 못한다. 일상성의 감옥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비판적인 문제의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 결과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가진 영향력은 실체 없이 희미한 상태에 머문다.

(...)

인문학과 일상이 분리되어선 안 된다. 만약 인간의 생활과 무관하게 철학이 그 자체로 존립하려 한다면 생명력이 사라질 것이다. 일상에서 분리된 인문학은 자신의 근거를 상실하고 화석처럼 굳어져버린다. 실제 삶과 무관한 철학이라면 자기만족적인 것은 될 수 있을지언정 인간에게 실천적인 의미를 줄 수는 없다. 일상성 속에 사회의 비밀이 숨어 있기에 그 비밀을 파헤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일상에 대한 관심이 그저 사소하고 잡다한 개개의 사건과 사례에 현상적으로 머물러서도 안 된다. 이러한 접근은 단지 일상에의 매몰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하고 관성적인 눈으로 일상을 본다면 일상의 늪으로 더 빠져든다. 르페브르는 “일상 속에서 살며 일상을 체험하되, 일상을 수락하지 말고 비판적 거리를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 일상에 주목하되 일상의 이면에서 현상을 만들어내는 본질을 추적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인문학과의 만남이 성사된다.

철학의 눈으로 일상생활을 분석하고, 사소해 보이는 현상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근본적 요소를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실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철학과 일상 사이의 만리장성을 허물어야 한다. 

(...)

부모의 자식 사랑이라는, 아무런 고민이나 논의가 필요 없을 것만 같은 일상생활의 사소한 현상에서도 인문학적 사고로의 확장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아니, 오히려 일상에 밀접하면 밀접할수록 더욱더 인문학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만약 우리의 실질적인 삶과 관련이 없다면 죽은 인문학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인문학에 가장 친근하게, 그리고 가장 빨리 접근하는 방법은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일상에 밀착하는 일이다. 다만 일상에 완전히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일상 안에 있되, 통념에 머물기보다는 비판적 문제의식과 상상력을 통해 인식을 확장할 때 가능하다.

 

_<인문학은 생활이다> 중

인문학이 무엇인지, 왜 피하게 되는지, 그럼에도 왜 필요한지 등의 질문을 살펴보며 보통 사람 수준의 눈높이에서 인문학을 소개하는 책으로 상상력, 나 자신의 내면, 행복, 관계, 일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현실의 우리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보는 책이다.

지극히 추천하고 싶은 이 책에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제목일 것이다. 인문학이 처음이라는 설명은 자칫 인문학을 자주 접한 사람이 비하고 싶게 생긴 제목이다. 인문학을 매우 쉽게 설명하고 있으나 수준은 높지 않아 얻을 것은 많지 않다는 뉘앙스가 걸린다.

나름대로 정정하자면 이 책은 인문학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깊이가 얕지도 않다. 주제가 협소하지도 않다. 인문학의 대가는 아니지만 평소 즐겨 읽는 나로써는 책이 다루는 방대한 스케일에서 심오하고 깊이 있는 해석에 적잖이 놀랐다.

내게 새로이 제목을 지을 권한이 주어진다면 다음과 같은 제목들 중 하나로 표현했을 것이다.

  • 우리 모두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 하룻밤에 저절로 읽게되는 인문학
  • 인문학 좀 읽어본 사람이 깊이있고 폭넓게 정리할 수 있는 인문학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인문학은 말 그대로 인간과 인간이 남긴 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본 도서에서는 인문학이 다양한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학문임을 여러 사례로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인간의 행복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행복하기 위해선 우리 자신을 잘 알아야 함에도 우리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너무도 모르기 때문에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인류 역사를 통떨어 이 문제를 대표하는 가장 큰 질문이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철학 명제일 것이다.소크라테스

이 명제는 학교 다닐 때 수도 없이 들었는데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처음 들었을 때 쌩뚱맞기 그지 없는 말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했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 듣고는 이게 무슨 인류 최대의 명제인가 라는 생각부터 우둔해 보이기 까지 하는 필요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허황된 질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며 삶에 애환이 생기고 고민이 늘어나며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안에 답을 찾고자 발버둥 치다보니 인문학도 접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인간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소크라테스의 이 명제가 비로소 대단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의 명제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이 책에서는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출발하여 단계별로 해석하며 추론해가며 그 수준을 높여준다. 저자의 결론이 다다르면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진리의 깊이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런 구성 방식이 책의 최고 백미라 칭할만 하다.

예를 들어 책에 소개된 아래 그림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라는 명화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심에 있다. 소크라테스를 계승한 이 둘의 손 위치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왼쪽 플라톤의 손가락은 형이상학적 이데아를 칭한다.아테네학당

이데아란 실제로 존재하지만 시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진리와 유사한 개념이다. 마치 2+2=4라는 것도 이데아 중 일부이다.

플라톤은 이데아가 마치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는 듯 하늘 위를 가리킨다. 손가락으로 “그 자체”라는 말을 붙여 이데아를 만든다. 책상에다 “책상 그 자체”라고 하면 책상의 이데아가 되는 것이다.

반면 오른쪽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손바닥을 땅 방향으로 향한다. 분노, 용기 등의 감각은 신체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영혼도 마찬가지이기에 자연과 현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명화 하나만으로도 당시 그리스 시대에 숨은 철학의 진리를 엿볼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저자 덕분이다. 고대의 명화나 철학서에 어떤 어려운 문구가 인용되더라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처음 읽을 때는 이해되지 않겠지만 저자의 해석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알게 될 것이다. 어려운 문장을 곱씹어 내재화 할 수 있는 독해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옵션이다.

IT를 전공한 나로써는 저 이데아에서 객체지향프로그래밍이 파생된 것을 알기에 곱씹을 수록 놀라웠다. 인문학 속에 숨은 옛 현인들의 고민이 오늘날의 현실에서 패러다임을 뒤 흔들고 공학과 기술에 큰 영감을 불어넣는다는 것을 다른 이들도 직접 보고 듣고 느낀다면 인문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될 것이다. 스티브잡스의 인문학이 애플 아이폰을 만든다는 뻔한 말이 아니라 스스로 직접 구현해보며 손으로 눈으로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어쨌든 저자 덕분에 물고기와의 이심전심으로 장자의 철학을 들여다 볼 수 있는가 하면 예로부터 유명한 명화에 담겨있는 작가의 사상과 시대적 배경을 엿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이 시대 가장 많은 이들이 즐겨보는 영화 속에 숨어있는 철학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현실의 문제에 맞닿아 있다. 우리가 잠들기 전에 이불킥하거나 살아가는데 너무 힘들어 누군가를 잡고 지혜를 얻고 싶은 그런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뛰어난 가치다.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스케일이 큰 질문중에 AI 시대에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문제가 있다. 나는 인문학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AI는 사람의 행동에 의해 수집된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길에 주목했다.

가보지 않은 길, 새로운 프레임, 생각지도 못한 길이 인간이 가야할 방향이다. 인간의 데이터에 의존하는 AI는 가보지 않은 길을 아직까지는 갈 수 없다.

물론 이 또한 약 인공지능이 주류를 이루는 오늘날의 해법일 것이고 사람과 거의 유사한 강 인공지능이 출현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강 인공지능으로 나아가는 핵심에 오늘날 강화학습이라는 기술이 숨어 있다. 강화학습은 인간이라면 선입견 때문에 내놓지 못하는 해결책을 내어준다.

프로기사들이 주저했던 알파고의 수 - 예를 들면, 3*3 착점 -, 새로운 단백질 분자구조, 새로운 암호 조합 기술 등이 강화학습 덕분에 출현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분야의 사람들은 강화학습을 보조도구 삼아 창의성을 높히고 생존 전략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강화학습 또한 한계가 있음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아직까지는 유한 확정 완전 정보 세계에서만 강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바둑과 같은 게임 세계에는 완전한 규칙이 있고 이로 인해 보상과 벌칙으로 AI를 학습시키는데 인간 세상같이 무엇이 득인지 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세계에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이런 AI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그 원천은 다양성에 있으며 예로부터 뛰어난 질문과 고민으로 축적된 인문학에 있다 생각한다.

책에서도 소개되었듯 때로는 광기의 역사에 억압받는 광기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러셀의 생각처럼 주 4시간의 노동으로 확보된 시간의 자유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노동시간

때로는 죽음을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버킷리스트를 만들며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고민하며 얻게 될 수 있고, 죽음을 표현한 아래 명화에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죽음과삶

책이 다루는 인문학의 범위가 상당하고 약 500p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양을 다루고 있기에 이를 압축해서 내가 최근에 고민했던 AI 시대의 생존 전략이라는 화두에 한정하여 책에서 배운 것들을 접목하며 리뷰를 줄여나갔다.

하지만 책에는 그 외에도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거나, 알 수 없는 불안과 심리학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도 주어진다. 더불어 사람과의 관계, 돈과 노동의 의미, 행복해 지기 위한 길 등 너무도 많은 우리의 문제를 인문학이라는 안경으로 살펴본다.

독자의 고민 중 최소 1개는 이 그물망에 걸릴 것이라 장담한다. 굳이 책장에 고이 모시지 말고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생각의 프레임을 전환하는데 이 책을 통해 도움받을 것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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