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점에 서 있는 한국 경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뉴욕에서 미국 사회의 경제 불안과 부조리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그 구호는 바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미국을 경제위기에 빠뜨리고도 책임지지 않고 돈놀이나 일삼는 금융기관들의 부도덕성과 빈부격차에 분노한 시위였다. 시위는 비록 70여 일 만에 끝났지만, 세계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신자유주의가 2007~2008년 금융위기에서 그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가격기능을 통한 시장만능주의가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더 나아가 국가가 새로이 개입하여 불평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그즈음부터 중국이 글로벌 가치사슬의 주요 국가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애플의 아이폰 출시 등 ICT 산업이 출현하면서 기존의 경제질서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요컨대 2007~2008년은 세계경제의 대전환을 추동하는 시기였다.
세계경제의 흐름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우리나라 또한 대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에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경험을 빠르게 따라잡아 성장했지만, 이제는 선진국과 같은 수준에서 경쟁하는 선도경제 위치에 있다. 벤치마킹의 대상이 없어지고 경쟁 리스크가 아주 커진 것이다. 이에 저자 이용우는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글로벌 경쟁우위를 만들어내야 과제를 지녔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과제로 두 가지를 제시하는데,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과 경제 활력을 높이는 혁신 추구가 그것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의 핵심 키워드, 공정과 혁신이다.
공정과 혁신,
한국 경제의 리셋을 위한 새로운 비전
《두 발로 선 경제》는 경제학자이자 금융 전문자이자 현재 입법 활동을 하는 정치인인 저자가 자신이 겪은 기업 현장 경험과 그동안 쌓아온 경제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를 진단하고 그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비정규직, 불평등, 부동산, 기업 지배구조 등 전통적인 이슈부터 플랫폼, 핀테크와 빅테크, 미중 갈등, 가상자산, 감시자본주의, 네거티브 규제, ESG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어, 한국 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조망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경제 뉴스 종합 해설서와 같다. 특히 저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이 책 곳곳에 녹아 있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1부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플랫폼과 혁신을 다룬다. 특히 세계경제에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는 플랫폼 경제가 어떻게 기존 경제질서를 변화시키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2부에서는 시장 기능과 시장 참여자인 기업의 본질과 지배구조, 그리고 규제체계로서 경쟁정책과 금융감독체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살핀 후 국가의 시장 개입과 시장 기능의 문제를 다룬다. 삼성의 그림자, 쿠팡의 기업공개, 서울시 제로페이, 빅테크의 감시자본주의, 공정 3법이 필요한 이유,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등등 2부에서는 한국 경제의 이면을 알아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부에서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는 불평등 문제와 기후 위기에 대한 정책을 다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불거진 불평등의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담겨 있는가 하면, 차기 대선의 치열한 논쟁거리가 될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이 제시되어 있다.
끝으로, 4부에서는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였던 저자가 우리나라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어떻게 설립하고 서비스했는지가 매우 상세히 실려 있는데, 그 경험을 읽다 보면 지금 시대에 왜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한지를 여실히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에 이 책의 키워드 ‘공정과 혁신’이 관통한다. 저자의 말처럼 “혁신은 공정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아들에게 권할 직장이 없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경제통 정치인 이용우가 그리는 한국 경제
지난 2020년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이슈가 있었다. 당시 카카오뱅크를 이끌며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던 이용우 공동대표가 카카오뱅크의 스톡옥션 52만 주를 포기하고 정치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에게 권할 직장이 없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말과 함께.
사실 그는 정치인이기 전에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현대경제연구원, 동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신탁운용, 카카오뱅크 등 경제·금융계를 두루 거친 경제통이다. 《두 발로 선 경제》는 그의 이런 오랜 경험과 지식이 집적된 것이다. 이 책이 일반적인 정치인 책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며, 학계의 여러 인사들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제대로 알고 싶고, 한국 경제의 미래 좌표를 정확히 찍고 싶은 독자들에게 《두 발로 선 경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추천의 글
들어가며
1부 플랫폼과 혁신
1장 시장 혁신의 아이콘, 플랫폼
2장 핀테크산업의 성장과 불편한 미중관계
3장 가상자산: 제도와 비제도가 만나는 접점
2부 시장 기능과 기업, 그리고 규제
4장 네거티브 규제
5장 기업 지배구조와 주식회사, 그리고 주주
6장 삼성과 공정거래
7장 핀테크와 혁신
8장 감시자본주의와 경쟁정책의 변화
9장 네거티브 규제와 금융・금융감독체계
10장 재벌의 지배구조와 공정거래법
11장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3부 한국형 뉴딜과 ESG: 불평등 문제 다루기
12장 불평등 문제의 제기
13장 한국판 뉴딜의 과제
14장 저출생 고령화 사슬
15장 청년기본자산 플랜
4부 카카오뱅크
추천사
“이용우 의원은 이론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출중한 인재이다.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투영하여 개혁과제와 정책 대안을 제시한 만큼 많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_변형윤(서울대 명예교수)
“혁신 플랫폼, 가상자산에서부터 공정거래, 불평등, ESG에 이르기까지 기술 진보로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정치·사회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분석을 보여준다. 이론적·역사적·기술적 논의에서부터 사회갈등 요인과 법적 쟁점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어, 왜 이용우 의원이 혁신적 입법 대안을 제시하는 실천적인 정치인인지 알 수 있다.” _우석진(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플랫폼과 혁신, 핀테크, 가상자산, 빅데이터, 미중 갈등, ESG 등 비교적 최근의 이슈들과 전통적인 이슈들인 부동산, 비정규직, 불평등, 거버넌스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문가 출신답게 정확한 이해에 기반한 명확한 진단을 내린다. 포괄적이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논의가 인상적이다.” _이관휘(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공정한 사회를 꿈꾸는 대한민국 20~30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재벌부터 플랫폼 기업까지 우리 경제에 왜 공정한 규칙이 필요한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특히 공동대표로서 카카오뱅크의 설립과 성장을 이끈 값진 경험을 읽다 보면 왜 21세기에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한지를 여실히 공감하게 된다.” _이남우(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국회의원 이용우가 아닌 자연인 이용우가 썼으면 더 좋을 뻔했다. 정말 좋아서 여러 곳에 추천하고 싶은데 정치인 책은 다 그렇고 그럴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독자들이 이 책을 펴보지도 않을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게다가 이 책은 최고의 경제 뉴스 해설서다. 우리가 한 번쯤 뉴스에서 보고 들었던 중요한 이슈들의 배경설명과 분석과 통찰이 쉬운 언어로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참 좋다.” _이진우(기자,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
책 속으로
디지털 경제의 논리인 알고리즘은 블랙박스이다. 알고리즘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지만 영업비밀이라는 방패에 숨어버린다. 2020년 공정위 사무관들이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찾아낸 것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영업비밀이라는 블랙박스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알고리즘은 오염된 데이터 또는 만드는 사람에 의해 편향될 수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카카오 등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이윤 창출이 존재 이유이자 최고의 가치다. 결국 자신들의 영리추구를 위해 유리하게 운영하는 게 당연지사다. 이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이 철저해야 하는 이유다
_55쪽, <1장 시장 혁신의 아이콘, 플랫폼> 중에서
시장 참여자보다 정보를 적게 갖고 있는 감독당국이 규제를 할 수 있을까? 앞서 나가는 시장 참여자에 대해 뒤따르는 감독당국이 과거 규제의 틀로 평가한다면 과연 혁신이 가능할까? 여기서 혁신을 위한 규제체계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제기되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네거티브 규제론이 나오는 것이다.
_125쪽, <4장 네거티브 규제> 중에서
자본주의의 꽃은 기업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기업경영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모든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가 경영권을 위임받은 임원들을 선임하고,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회사를 설명하기 좋은 사례는 의원내각제의 선거 시스템과 의결 시스템, 그리고 각료 임명과정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이원삼각체제라는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재벌 총수들이 자기 이익과 회사 이익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자본주의 사회의 원칙이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_143쪽, <5장 기업 지배구조와 주식회사, 그리고 주주> 중에서
일반적으로 혁신이라고 하면 새로운 기술의 출현을 연상한다. 기술 중심적 사고다. 혁신은 기존에 존재하는 프로세스를 축소하는 것이다. 즉 a-b-c-d-e로 연결되는 프로세스에서 어느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줄이는 것이 혁신이며, 기술은 이 프로세스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기술만으로 혁신을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_189쪽, <7장 핀테크와 혁신> 중에서
2세 경영진이 스트레스를 유독 심하게 받는 기업경영을 왜 굳이 하려고 안달이 났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실제 자기 시간이라곤 없는 게 CEO의 하루인데 왜 이 같은 어려운 일을 그들은 선뜻 나서려는 것일까. 정상적인 기업경영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CEO 자리란 힘들이지 않고 부를 챙길 수 있는 ‘황금 방석’이라는 사실을 이미 여러 차례 목격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이 권력’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_261쪽, <10장 재벌의 지배구조와 공정거래법> 중에서
쿠팡은 뉴욕 증시에 기업공개를 하면서 상장심사를 받지 않는다. 가격도 시장 참여자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그러나 참여자가 시장의 규칙을 어겼을 때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제재를 받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정책당국이 시장 기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의 관점이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 기능의 한계가 드러났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시장 참여자의 경제적 유인을 변경하는 정책이 도입되었지만 시장 기능의 본질은 유효하다.
_285쪽, <11장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중에서
코로나19는 경제정책의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전 세계의 경제가 멈춰서버린 2020년 불평등 문제는 사회적인 화두가 되었다. 국가가 재정을 풀어야 하지만, 관료들은 꿈쩍하지 않은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나가기 위해서는 재정을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유례없이 중요해졌다.
_323쪽, <12장 불평등 문제의 제기> 중에서
‘0.84’
2021년 2월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합계출생률이다. 2019년 합계출생률은 1 아래로 떨어져 0.92를 기록하면서 저출생은 현실이 되었다. 우리나라 가임여성(15~49세)이 1명의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충격도 잠시, 합계출생률은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경제학에서 장기 성장률은 인구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저출생 문제는 곧 재앙이다.
_379쪽, <14장 저출생 고령화 사슬> 중에서
이제 이렇게 전혀 다른 배경, 즉 한쪽은 철저히 규제체계에서 성장해온 금융권, 다른 한쪽은 철저히 규제 밖에서 자유롭게 성장해온 ICT 출신이 만나서 어떻게 은행을 만들어갔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만약에 한국투자증권이 주도했으면 또 다른 하나의 은행앱이 되었을 것이고, 카카오가 주도했다면 은행조차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타원이 두 개의 중심을 놓고 같은 거리를 유지하는 형태를 띠는 것처럼, 한투와 카카오라는 두 개의 점이 팽팽한 긴장관계를 만들어냈고 그 안에서 카카오뱅크의 혁신이 나온 것이다.
_427쪽, <4부 카카오뱅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