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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자본론으로 21세기 경제를 해설하다

한빛비즈

집필서

판매중

  • 저자 : 한지원
  • 출간 : 2021-01-25
  • 페이지 : 352 쪽
  • ISBN : 9791157844784
  • 물류코드 :3320
  • 초급 초중급 중급 중고급 고급
5점 (1명)
좋아요 : 3

피케티를 뛰어넘는 한국 경제학계의 슈퍼스타가 탄생했다!

‘현재성’으로 무장한 《자본론》으로 현대 경제를 분석하는

마르크스 이론가의 위험하고도 명쾌한 경제서!

 

★★★★★ “쉬운 언어로 《자본론》을 해설하고 구체적 현실을 분석했다.” - 류동민 충남대 교수

★★★★★ “《자본론》을 자신의 무기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 백승욱 중앙대 교수

★★★★★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에 서 있게 한다!” - 서평가 로쟈 이현우

 

자본주의는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

500년을 이어온, ‘영원하고 유일하다’고 믿어온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논하다!

 

독일의 경제학자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Das Kapital)》은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끊임없이 소환되어온 고전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08년 금융위기 때가 그러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자본론》 읽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본론》은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 이후 비주류로 밀려난 경제 이론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빨갱이’ 교재로 오인받는 이 책을 세계가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우리 시대가 유례없는 혼란을 겪으면서 자본주의의 경제적 특성을 이해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과 빈부격차, 대규모 실업난, 주기가 짧아지는 경제위기, 반복되는 전염병…. 만약 지금의 위기를 현재의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고치고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가? 500년을 이어오며 ‘영원하고 유일하다’고 믿어왔던 자본주의 시스템은 이제 ‘정상’으로 복귀할 수 없는 것인가?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던지는 젊은 경제학자의 문제작이 나와 화제다. 마르크스 이론가로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주목받으며 활발히 활동해온 저자는 신간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에서 《자본론》에 담긴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으로 오늘날의 경제를 해설한다. 기술발전부터 최근의 국내외 정부 정책들까지, 지극히 현재적인 경제 이슈들을 분석하면서 150여 년 전의 고전을 완벽하게 현재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공지능, 비트코인부터 국가부채, 저인플레이션, 불평등까지

가장 뜨거운 경제 쟁점들을 도발적인 시선으로 새롭게 분석하다!

 

이 책의 목적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최근 경제 쟁점들을 《자본론》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인공지능로봇이 노동의 종말을 가져올까? 4차 산업혁명은 지속가능한 기술혁신인가? 공정한 임금은 도대체 얼마의 임금인가? 부동산 가격은 앞으로도 오를까? 소득 불평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한국경제는 저성장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재벌을 개혁하면 공정한 시장이 확립될까? 이 책은 마르크스의 경제이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이와 같은 질문들에 답한다.

이 책의 1부는 ‘상품과 화폐’이다. 노동가치론으로 인공지능 로봇, 디지털 경제, 비트코인, 재정확장 등 기술혁신과 관련된 쟁점을 분석한다. 2부는 ‘이윤과 임금’이다. 착취법칙으로 직장 갑질, 공정임금, 임금분배율, 귀족노조 등의 노동 이슈들을 분석한다. 3부는 ‘성장과 위기’이다. 자본순환론으로 부동산, 규제개혁성장, 소득주도성장 등의 정부 경제정책 쟁점들을 분석한다. 4부는 ‘역사법칙’이다. 자본축적의 일반법칙으로 경제적 불평등,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 최근 유행하는 21세기의 대안, 코로나19 사태 분석 등 자본주의 장기 비전과 관련된 쟁점을 분석한다. 

 

150년 전의 고전을 가장 현대적으로 풀어쓴

《자본론》 이해의 길라잡이!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자본론》을 현재화했다는 점이다. 시중의 많은 《자본론》 해설서들은 마르크스가 집필했던 150년 전의 용어나 사례들을 제대로 탈피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노동가치론, 착취론, 자본축적론과 같은 《자본론》의 핵심 이론을 현대경제학의 개념들과 21세기 경제현상들을 통해 재해석했다. 토마 피케티와 에릭 브린욜프슨 등 방대한 현대경제학의 논의들을 비판하면서 마르크스의 경제이론을 쉽게 해설하였고, 이를 다시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왔다는 것도 매력적인 점이다. 

 

《자본론》이 예견한 ‘작동중지’ 상태가 되어가는 세계 경제!

그 이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자본론》은 자본주의의 근본적 결함을 끝까지 탐구했다. 자본주의는 왜 지속적 성장을 전제로만 작동될 수 있는지, 왜 스스로 성장 동력을 갉아먹게 되는지 그리고 정체 상태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사회를 파괴하는지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자본주의와 자유경제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성찰의 흐름 속에서 나온 이 책은 저자의 내공 있는 글쓰기, 독자들 눈높이에 맞춘 용어 선택, 대중적인 접근으로 오늘날의 경제 이슈를 더 쉽고 새롭게 설명한다. 기존의 경제논평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분석으로 인도하며, 일반 독자들에게도 명쾌한 경제서가 될 것이다. 

오늘날의 많은 경제 이슈들에 대해 기존의 경제학으로 명쾌함을 느끼지 못했던 독자라면, 더욱 거시적이고 다각적인 안목을 갖추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가장 생생하게 현재화된 《자본론》의 개념을 배우고 자신의 무기로 삼아서, 누구보다도 입체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의 글

 

추상적 개념만 발라내어 현실의 흐름과 무관하게 반복적으로 발화하는 것은 우리가 고전을 읽고 나서 흔히 범하는 잘못이다. 풍부한 현실과 앙상한 이론, 그 견디기 어려운 부조화로 말미암아 많은 이들이 《자본론》을 버리고 떠났다. 이 책의 미덕은 알기 쉬운 언어로 구체적 현실을 분석하는 데에 있다. 그 독해와 서술의 방식은 지금 여기에서 《자본론》을 읽어야 할 이유를 분명하게 해준다.

— 류동민(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자본주의와 맞서 싸우고자 할 때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가장 훌륭한 무기이지만, 이 책을 노동자들이 바로 읽을 수 있는지를 두고 오랜 논란이 있었다.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는 오늘날 《자본론》을 읽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눈높이를 끌어올리고 질문을 현재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임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기계와 대공업’ 같은 장부터 시작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직접 읽고 마르크스를 자신의 무기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백승욱(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인식은 공통적이다. 한국사회의 변혁을 갈망하는 시민이라면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는 유용한 참고가 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이해의 길라잡이이면서 변혁의 방향에 대한 결곡한 제언을 담고 있다.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에 서 있게 해준다.

— 로쟈 이현우(서평가)

한지원 저자

한지원

1977년 경기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했고 13년간 사회단체에서 일하며 경제 및 노동 문제를 분석해왔다. 현재는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경제학의 결함과 공백을 마르크스의 《자본론》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중에게 《자본론》을 쉽게 설명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한국의 대표적 노동조합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칼럼, 언론 인터뷰, 보고서 등을 통해 사회변화에 필요한 공론을 만드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이론에 주목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돌아가는 일을 풍부하게 설명하는 능력이 본인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내 인생의 한국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7퍼센트였다. 경제 규모가 10년에 두 배씩 커졌다. 사십여 년 동안 네 번이나 강산이 변한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연 1퍼센트 내외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내 아이는 평생 기껏해야 강산이 한두 번 바뀌는 걸 볼 것이고,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여러 문제에 부닥칠 것이다. 《자본론》의 통찰력이 내 아이 세대가 살아갈 시대의 지적인 비상식량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 책을 썼다.”

서문

 

1부. 상품과 화폐

1장. 4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는가?

_ 노동가치론과 편향적 기술진보론의 설명력

2장. 디지털 경제가 성장을 이끌 수 있을까?

_ 가치생산과 가치이전의 차이

3장. 비트코인은 새로운 화폐인가?

_ 보편적 등가물에 대한 이해

4장. 재정적자, 양적완화, 인플레이션

_ 최근의 화폐 현상들에 대한 분석

 

2부. 이윤과 임금

5장. 직장갑질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_ 소유와 생산에서의 소외

6장. 공정한 임금이란 무엇인가?

_ 지불노동으로서의 임금과 무급노동으로서의 착취

7장. 이윤과 임금의 몫

_ 이윤율 경제에서의 임금분배율 변화

8장. 귀족인가, 빨갱이인가?

_ 노동조합의 이중적 지위와 역할

 

3부. 성장과 위기

9장. 갓물주 탄생의 비밀

_ 가공자본과 지대에 대한 분석

10장. 서비스업 규제개혁론의 결함

_ 신고전파 성장론 비판

11장. 임금주도성장론은 착한 성장론인가?

_ 포스트케인지안 성장론 비판

12장. 경제의 성장과 위기

_ 자본순환론으로 분석한 경제성장의 요인

 

4부. 역사의 법칙

13장. 유행하는 불평등 이론들의 한계

_ 자본주의 결함과 불안전한 사회

14장. 경제성장의 종착지

_ 《자본》의 결론인 작동중지

15장. 소련부터 21세기 섹시한 사회주의까지

_ 20세기 사회주의 실패의 교훈

16장.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

_ 감염병이 드러낸 자본주의의 취약성

17장. 에필로그

_ 21세기의 변혁에 관한 몇 가지 단상

 

보론 | 이윤율의 계산과 자료

▶ 책 속으로

 

이 책은 《자본(Das Kapital)》에서 집대성된 카를 마르크스의 경제이론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최근 특성을 분석한 후 그 미래를 전망한다. 《자본》이 가지는 강점은 경제학이 불문에 부치는 전제들을 철저하게 비판했다는 점이다. 사실 경제학자들은 2000년대 내내 여러 대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대안이 나올 때마다 마치 그것을 비판이라도 하듯 더욱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었다. 2004년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의장 벤 버냉키가 ‘대(大)안정기(Great Moderation)’를 주창하자 2008년 대침체(Great Recession)가 발발했고, 2010년대 세계적 경제학자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자 2020년 코로나 경제위기라는 잿빛 미래가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21세기 경제학은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반복해서 실패하고 있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인공지능 기계의 발전이 산업혁명이라 불릴 수 있으려면 그것이 노동과 자본을 모두 절약하는 중립적 기술진보여야 하고, 더불어 급격히 향상된 생산성이 상품 소비로 실현되어야 한다. 미래 공장으로 이야기하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를 한번 보자. 스마트팩토리는 주문, 생산, 물류를 빅데이터, 전자태그(RFID), 사물인터넷(IoT) 같은 디지털 기술로 통합하고, 3D프린팅, 인공지능 로봇을 사용해 생산을 자동화한 공장을 일컫는다. 미래 공장이란 현재의 이런 기술들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을 절약하는 이 기술들이 자본도 절약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런 기술들이 자본을 절약했다면 자동차 기업들의 자산수익률이 장기적으로 상승했어야 하는데, 그런 상승은 관측되지 않는다. 

— 1장. ‘4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는가?’ 중에서 

 

디지털 서비스들은 추가 생산에 노동이 필요 없다. 예로 윈도우(Windows)의 추가 카피나 구글의 추가 검색에는 노동이 더해지지 않는다. 개발에는 많은 지적 노동이 필요하지만, 일단 개발이 끝나면 추가 노동 없이도 서비스가 무제한 가능한 것이 디지털 상품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현실의 디지털 서비스 기업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 디지털 기업의 이윤은 그 본질이 지대다. 이는 노동가치론으로 봐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노동가치론에서는 한 사회의 상품가격 총량과 지출된 노동 총량이 같다. 사회에서 노동 없는 상품이 가격을 가지면, 당연히 노동 있는 상품의 가격은 그만큼 줄어들어야 한다. 노동 없는 디지털 상품의 가격은 노동 있는 상품의 가격에서 이전된다. 이 제로섬게임은 당연히 국민경제 전체의 성장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업들의 혁신은 전후방 산업으로 확산되기보다 다른 산업에 대한 수탈로 이어진다. 이렇게 지대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경제를 주도하면 당연히 국민경제의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 2장. ‘디지털 경제가 성장을 이끌 수 있을까?’ 중에서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있을까? 화폐는 교환수단, 지불수단, 세계화폐라는 기능을 가진다. 보편적 등가물이어야 숭배대상이 되고, 교환수단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교환수단조차 될 수 없다. 무의미한 연산으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영수증에는 어떤 사회적 노동도 없다. 심지어 비트코인은 중앙관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강제통용력을 가질 수도 없다. … 비트코인이 지불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컴퓨터 연산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영수증으로 채권·채무 관계를 청산할 수는 없다. 채권자가 비트코인으로 채무를 청산해 얻을 것이 없어서다. …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세계화폐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 찬양자들은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인터넷 암호화폐의 특징을 강조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어느 나라에서도 보편적 등가물이 아니다. 더군다나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이 비트코인으로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미국의 항공모함이 비트코인으로 건조되는 것도 아니다. 달러가 세계화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비트코인은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다.

— 3장. ‘비트코인은 새로운 화폐인가?’ 중에서 

 

현대화폐이론으로 불리는 새로운 통화이론을 주창하는 경제학자들은 아예 재정적자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본》의 화폐 이론으로 볼 때 이런 주장은 완벽한 오류다. 보편적 등가물로서 화폐는 어떤 방식으로 발행되든지 간에 결국에는 시민의 노동에 토대를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이 증가하지 않는데 화폐만 무한정 증가할 수는 없다. 정부(중앙은행)가 발행한 돈으로 정부 빚을 갚는다고 정부재정이 화수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 확장적 재정으로 미래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위험이 미래 세대로 전가될 뿐이다. 정부 채무의 위험성 증가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 역량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경제의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최후의 대부자로서 대응력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재정적자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손쉬운 선택일 수 있지만, 옳은 선택은 아니다.

— 4장. ‘재정적자, 양적완화, 인플레이션’ 중에서 

 

참고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서유럽 노동운동에서 정착된 맥락은 한국과 다르다는 점에 유의하자. 유럽 노동조합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전국적, 산업적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전략적 경로로 주장했다. 예로 스웨덴 노총은 1940년대 이후 “대기업 볼보의 선반공이나 영세기업의 선반공이나 기업이 달라도 하는 일이 같으면 임금이 같다.”라는 원칙을 천명하며 기업을 넘어선 전국적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동일임금의 범위를 기업이 아니라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 전체 범위로 설정한 것이다. 따라서 어떤 노동이 동일한지 아닌지도 기업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에 의해 규정된다. 이때 노동조합이 정하는 동일노동 집단들 사이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고와 최하 차이가 두 배를 넘지 않는다. 격차가 크지 않다 보니 정교하게 동일노동들을 구별할 이유도 없다. 임금협약에서 강조한 것은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사회가 누리는 풍요는 사회적 분업을 통해 노동자가 함께 생산한 것이라는 연대의 원칙이었다. 

— 6장. ‘공정한 임금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쌀이나 채소 같은 농산물 생산이 아니라 순전히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거래되는 토지, 즉 부동산 상품이 된 토지는 기본적으로 가공자본(fictitious capital)의 원리를 따른다. 자본이라는 점에서 증식은 하는데, 가공이라 함은 현재의 노동이 증식의 토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가공자본의 크기는 미래 소득에 대한 청구권 가격으로 결정된다. 임대료, 이자, 배당 같은 형태의 소득을 미래에 얼마나 청구할 수 있는지로 자산의 가격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가공자본이란 착취할 미래에 대한 기대로부터 등장한다. 예로 10억 원의 명동 한복판 점포 부지는 먼 미래까지 지대로 10억 원을 걷을 수 있다는 기대를 표현한다. 기대이기 때문에 가공자본은 주관적으로 커질 수 있고, 심지어 미래는 끝이 없으니 상한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 9장. ‘갓물주 탄생의 비밀’ 중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근거가 된 임금주도성장론은 두 가지 선순환을 주장한다. 첫 번째는 ‘임금 상승 → 소비(판매) 증가 → 설비가동률 상승 → 설비투자 확대 →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수요의 선순환이다. 그런데 이런 수요의 순환은 고용이 증가할 수 없는 상황(완전고용)이 오면 물가 상승을 일으킨다. 그래서 두 번째 순환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임금 상승 → 노동절약적 투자 증가 → 자본집약도 상승 → 노동생산성 상승’으로 이어지는 생산성의 선순환이다. 임금 상승으로부터 유도되는 노동생산성 상승은 국민경제를 장기적 성장으로 이끈다. 그러나 임금주도성장론의 문제점은 자본집약도 상승이 언제나 충분한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전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동생산성과 자본집약도의 비율인 자본생산성은 기술과 제도가 혁명적으로 혁신된 시기를 제외하면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자본생산성이 하락하는 가운데 실질임금이 상승하면 이윤율이 하락하면서 임금이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앞서 살펴본 이윤율의 동역학이다.

— 11장. ‘임금주도성장론은 착한 성장론인가?’ 중에서 

 

자본주의적 성장이 만드는 경제적 불평등의 최종 결과는 시민 다수를 비참하게(misery)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축적의 절대적이고 일반적인 법칙이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비참하다는 것은 “빈곤, 노동의 고통, 노예상태, 무지, 포악, 도덕적 타락”이 시민에게 누적된다는 의미다. 비참함의 첫 번째 성격인 빈곤은 산업예비군의 증가를 뜻한다. 자본주의는 산업예비군을 필요로 한다. 완전고용은 불가능하다. 자본주의적 성장은 잘나가는 시기에도 항상 인구의 일부분을 빈곤 상태에 남겨둔다. 그리고 이윤율이 하락할 때는 산업예비군이 증가한다. 인구의 더 많은 부분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비참함의 두 번째 성격인 “노동의 고통과 노예상태”는 이윤율 하락에 대응하는 자본가의 노력을 의미한다. 기술진보의 곤란 속에서 기업이 하락하는 수익률을 반등시킬 방법은 노동자를 쥐어짜는 방법뿐이다. 해고로 노동자를 위협해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강도도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갑질도 난무한다. 이윤율 하락으로 산업예비군이 증가할수록 이러한 노동의 고통과 노예상태는 더 강화된다. 비참함의 마지막 성격인 “무지, 포악, 도덕적 타락”은 시민이 자본에 종속되어 시민적 윤리보다 종사자의 의무와 각자도생의 경쟁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는 의미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청년들이 입시와 취업준비에 매몰되어 시민적 교양을 습득할 기회를 잃고, 심지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마저 공정하지 않다며 비난하는 것은 이런 도덕적 타락의 한 단면일 것이다.

— 13장. ‘유행하는 불평등 이론들의 한계’ 중에서 

 

마르크스가 말한 “사회 전체의 혁명적 재구성”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첫째는 자본의 혁명인 산업혁명이고, 둘째는 노동의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지양하는 사회혁명이다. 하지만 자본의 혁명과 달리 노동의 혁명은 지금까지 성공 사례가 없다. 소련은 붕괴했고, 중국은 당이 조절하는 시장경제로 나아갔을 뿐이다. 20세기 내내 진행된 서유럽 노동운동의 도전 역시 결과적으로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중단되었다. 21세기의 노동운동에서는 자본주의를 위협할 만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마르크스는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두 계급 모두 위기에 대응하지 못할 때 “공멸”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계급적 공멸의 한 형태가 바로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은 사회 변화에 관한 과학적 분석을 포기하고, 대신 기득권에 대한 비난, 영웅적 정치인에 대한 기대, 대중의 정념을 발산하는 정치를 확대한다. 대표적 사례가 1930년대 독일이었다. 지난 2016년 인종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걸고 당선된 미국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런 사례다. 21세기, 자본의 작동중지 상태에서 자본의 무능과 진보진영의 실패로 말미암아 마르크스가 말한 계급적 공멸이라는, 체제의 극한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 14장. ‘경제성장의 종착지’ 중에서 

본 도서는 현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마르크스의 “자본”에 비추어 해석한 책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현 시점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원인 및 분석을 다루는 1부가 한 축이고, 2 ~ 4부로 구성된 나머지가 한 축인데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한계와 종말, 마르크스의 자본이 제시하는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다.

읽는 세대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이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들은 내 시대의 사람들이라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나 똑같은 것이고 무조건 나쁜 것처럼 사상 교육을 받아왔을 것이기에 좋은 시선을 갖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 사상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은 개인적인 자유이니 본 리뷰에서는 자세하게 논하지 않겠다. 다만 그런 판단을 제외하고도 이 책이 가지는 중요한 가치 두가지를 논하고 싶다.


먼저 소개하고 싶은 가치는 경제학이다. 본 도서 1부에서 현 자본주의 경제를 과학적으로 너무 잘 분석하고 있다. 읽는 내내 깜짝 놀랐다. 예전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경제서적을 자주 읽는 편이며 개인블로그에 관련 도서들을 서평으로 정리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차원이 달랐다.

경제 모델의 일부분이나 단편을 기가막히게 잘 설명하는 책은 은근히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부분들을 전부 엮어 숲의 모습으로 일궈낸다. 현 시점 우리가 겪는 자본주의의 맹점들 - 이를테면 양극화에 대한 부분이나, 양적완화의 지속 가능성 여부, 적자재정으로 인한 정부의 부채 증가의 지속 가능성 여부 등 - 의 원인과 실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설명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앞으로 아파트 값이 오를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는 말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위기에 대응하고자 정부에서 돈을 풀고 있음은 이미 누구나 체감하는 현실이고 그렇게 돈을 계속 풀면 안될 것 같은데 그 현상이 지속되면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불가능한데 아파트 가격을 전망할 수 있겠는가?

저자가 주장하는 의도는 이런 현실 경제에 대한 분석 정도에서 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독자로써 현 자본주의의 위기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1부 위주로 구성된 파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이론에 급급하거나 외국의 모델로 설명하느라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거나 일부분만 다루고 있는 그 어떤 서적보다 훌륭한 경제학 교과서라 평하고 싶다. 그 기반 지식은 탄탄한 고전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출발하기에 더욱 정교하다.


다음으로 논하고 싶은 것은 사회문제이다. 주로 2 ~ 4 부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사회에서 우리가 자주 겪는 단골 고민들을 역시 자본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고민이란 쉽게 말하면 “벼락거지”, “경제적인 독립”, “갑질문화” 등으로 대표할 수 있겠다.

양적완화와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한 각국 정부들의 재정적자 정책에 따른 화폐 가치의 저하 그리고 차고 넘치는 화폐들은 소비를 통한 기업 발전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아닌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들을 분석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생산물의 소유권이 노동자가 아닌 기업가에게 주어지고, 노동을 통제받고 임금 총액의 인상 뒤에 가려진 성과급의 이면 등을 파헤친다.

그 외 임금주도성장론, 기본소득제, 서비스업 규제개혁론 등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문제들에 대해 다룬다. 각 쟁점들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 양측이 참고하기에 더 없이 좋을 만큼 객관적이고 풍부한 사료들을 담고 있어 이를 이 책이 가지는 두번째 주요 가치로 소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상적인 부분은 깊게 논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본 도서에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마르크스 자본주의를 기초로 한 자본주의에서 벗어난 변혁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전달하고 싶다.

자본주의에 맹점과 모순은 반드시 있다. 약 1%의 전세계 부자들이 세계 부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정상일리가 없다. 오히려 체제 붕괴가 아직까지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양극화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아파가며 일하는데도 모이는 돈은 없는 걸까?”라는 질문에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이미 널리고 널렸다. 조금 나은 서민일지라도 내집마련은 이제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해도 살 수 없는 요원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일지 아마도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들이 다를 것이다. 무엇이 뾰족한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대답은 주로 사상 문제에 귀결될 것이다. 어떤 사상이 보다 옳은 결론일지 독자들은 읽는 내내 박학다식하고 냉철한 저자와 설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런 설전을 즐기고 싶지 않은 독자라 할지라도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유드린다. 위에서 소개한 이 책이 가지는 중요한 두가지 가치는 물론이거니와 영화 뺨치는 스케일에 흠뻑빠지다보면 생각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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