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센터의 불안장애 상담 건수가 올해 상반기 1만 8,931건으로 지난해 1만 3,067건에 비해 44.8% 늘어났다. 지난해는 한 달 평균 1,089명이었지만 올해는 3,155명으로 사실상 3배 증가했다([중앙일보] 2020년 9월 30일 자).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불안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위 기사는 시기적으로 코로나라는 중대 변수가 작용을 했을 것이기에 예년 증가세에 비해 두드러짐이 있겠지만 통계청의 자료를 살펴봐도 불안 증세에 대한 상담 건수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도 세월이 흐르며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며 책임감이 늘기 때문이라는 막연한 원인을 떠올리며 그러려니, 그러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뭔가 이상하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시간은 줄어드는데 되려 알아야 할 것, 배워야 할 것은 늘어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렇다고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심리 자문 및 상담을 하고 있는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전문가 본인 또한 불안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한다.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인지, 왜 그렇게 불안해지는 것인지 몰랐던 매커니즘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
이었다.
책에 따르면 불안이라는 용어는 정신분석학의 무의식
과 진실 추구 장면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이다. 정신분석학의 핵심은 무의식에 있는 바 무의식에게는 무의식이 기억하는 사실이 진실이 된다. 진실이 왜곡되거나 숨겨질 때 조차 무의식은 위험 신호를 보내는데 무의식의 주인인 사람은 이 신호를 불안으로 감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수백년간의 연구 결과로 부터 도출된 진실에 가까운 지식이겠지만 실제로도 우리를 돌이켜봐도 상당 부분 수긍이 간다. 우리는 불안할 때 막연히 초조해하기만 하지 본능적으로 무엇이 불안한 것인지? 왜 불안한 것인지?
분석적인 모드로 돌입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마도 무의식 세계의 왜곡된 진실때문에 의식보다는 본능과 감정에 불안을 맡기는 것은 아닐까?
때문에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냉철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불안에 대한 무지
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본 도서는 크게 2부로 구성되어있는데 바로 이 내용이 1부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 기내에서 불안한 마음이 커질 것 같으면 억지로 참지 말고 승무원을 불러 응급키트나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만으로 훨씬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다. 불안이 실재가 아님을 확인하는 절차만으로 일시적인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스스로의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불안 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감정은 어떻게 분화되는지 안정적으로 사는데도 불안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감정이 발생하는 매커니즘을 파악하며 불안에 대한 무지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1부에서는 불안이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배움으로써 막연했던 실체를 명확히 바라보게 되며 상황마다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몇가지 팁을 얻을 수 있다.
2부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
에 대해 배운다. 2부의 장점은 사람들이 대부분 겪고 있는 불안에 대한 거의 모든 케이스를 다룬다는 점에 있다. 직장과 목표에 대한 불안 외에도 결혼 생활과 친구 관계 심지어 실수를 두려워 하는 유형이나 자리의 무게를 감당하는 방법까지 국소적인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대응 방법을 익히게 된다.
개인적으로 낙관적인 성향을 타고 났기에 이 중 80%는 거의 경험하지 못한 불안들이다. 물론 읽는 독자에 따라 80%가 해당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상당히 폭넓은 유형을 다루고 있어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의 장점은 실제 사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각 장의 조언은 실제 상담 사례를 예시로 들고 있기에 빠른 이해가 가능하며 읽으며 직접적인 처치 방법 외에도 간접적으로 상황에 대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기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얻게 된다.
이렇게 불안의 실체에 대해 확인해보고 유형별로 조치 방법을 알고 나면 책을 덮을때 즈음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동안 어렴풋했던 불안의 실제가 고작 허상이었다는 것에 위안이 생기기도 하고 무의식이 멋대로 정의한 실체를 재정의하고 무의식을 다독거려줌으로써 삶에 대한 자신감 또한 상승한다.
평소 불안에 휩싸여 삶을 지탱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그동안 몰랐던 것들 그리고 몰랐던 것들이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것임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상당 부분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