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 ★
★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후속작 ★
인류를 질병의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준 발견의 의학사
언뜻 보기에 슈퍼마켓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화려한 과일들, 이국적인 향신료, 달콤한 초콜릿 등 끝이 없는 소비의 세계는 여전히 다양한 물건으로 가득 찼다. 단 한 가지,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쓴 채 다양한 크기의 손소독제가 위치해 있는 진열장을 빠르게 지나쳐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2020년대 초 우리의 모습이다.
더 이상 인류가 페스트나 콜레라와 같은 대규모 전염병에 고통 받지 않을 것이라는 현대인의 확고한 믿음은 2019년 겨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등장한 뒤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익히 알고 당연하게 여기던 현대의 많은 것이 실은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경험과 진보는 물론, 때로는 치열한 싸움과 잔인한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음을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것은 건강이야말로 우리 삶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이다. 그 어떠한 것도 몸과 마음의 건강 문제만큼 직접적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독일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은 끝을 모르는 팬데믹 시대,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이 갖는 의의에 대해 “팬데믹 시대, 의사이자 역사가인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의학적 진보의 역사를 듣는 것이 인류에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라고 표현했다. 인류 의학 역사상 비할 데 없는 진보가 이루어진 1840~1914년까지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찬란했던 ‘의학의 황금시대’가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질병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음을 뜻하는 것일 테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전진해온 위대한 선구자들의 이야기말로 지금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인 셈이다.
위대한 선구자들의 위대한 발견으로
인류 생존의 해법을 단숨에 독파하는 단 한 권의 교양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대부분은 어느 순간 어디선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 우리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손 씻기’ 역시 이그나즈 제멜바이스(Ignaz Semmelweis)의 노력 이전에는 낯선 개념이었다. 제멜바이스가 활발히 활동하던 시대에는 출산열이라고도 불리는 산욕열이 무엇보다 심각한 인류의 골칫거리였다. 이 죽음의 그림자는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를 가리지 않았으며 덕분에 임신부에게 출산은 마치 사형 선고와 같았다.
하지만 위대한 제멜바이스는 해부용 칼로 인한 상처의 감염으로 결국 사망에 이른 동료 의사의 죽음을 통해 산욕열의 감염 경로를 파악했다. 이후 그는 마치 손 씻기에 미친 사람처럼 모든 동료 의사에게 진찰 전 반드시 석회 용액에 손을 담글 것을 강요했다. 그의 일방적인 처사에 몇몇은 놀랐고 몇몇은 분개했지만 그럼에도 복종했고, 그 결과 단지 진찰 전 손을 씻는 이 간단한 행위로 1847년 4월 18.27퍼센트였던 빈 종합병원의 산모 사망률이 단 5개월이 지난 8월에는 1.9퍼센트로 줄어들었다! 때로 어떤 혁명은 이처럼 소리 없이 시작되곤 한다.
인류는 수술이나 질병의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 마취가 등장하기 전까지 수술의 고통과 공포는 환자들에게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괴로움의 원인이었다. 게다가 이는 치료의 범위까지 제한하는 절대적 요소였다. 고통과 공포에 사로잡혀 날뛰는 환자의 신체를 개방하고 꿰매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윌리엄 모턴(William Morton)이 1846년 보스턴의 의사와 하버드 의대생들 앞에서 에테르가 들어 있는 플라스크로 환자 마취에 성공했을 때, 인류는 비로소 혁명적인 축복이었던 마취의 기적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마취 기술은 제임스 영 심슨(James Young Simpson)이 활용한 클로로폼으로 더욱 대중적으로 활용되었고, 존 스노(John Snow)가 클로로폼을 활용해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일곱 번째 출산을 도왔을 때 정점을 맞이했다. 무엇보다 당시의 의료인들이 기뻐했던 일은 더 이상 환자를 고통 속에 내버려 두는 야만적인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점이다.
의학적 진보의 순간뿐 아니라 인류사의 전환점까지,
세계사와 의학사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역사의 파노라마
의사이자 역사가인 저자 로날트 D. 게르슈테는 지금까지 쌓아온 전방위적인 지식을 활용해 주목해야 할 의학적·과학적 발견은 물론 세계사의 분기점이 된 다양한 사건들을 흥미롭게 서술한다. 덕분에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독일에서 영향력 있는 일간지와 주간지는 물론, 독일어권 주요 언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 기고문을 작성해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또한 역사와 과학을 주제로 한 여러 권의 저서를 출간해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독일의 대표 작가로 자리 잡았다.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역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의학적 선구자들이 이루어낸 위대한 발견의 의의를 빼곡히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나 지크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뿐 아니라 건축가와 철도 재벌, 그리고 당대의 통치자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국경의 담을 넘어 진정한 공존의 시대 문을 연 만국박람회부터, 미국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그럼에도 최초의 현대전으로서 의학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낸 미국의 남북전쟁, 인류 최악의 비극인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인류 역사에 분기점으로 삼을 수 있는 크고 작은 사건을 환상적인 맥락 속에서 넘나든다. 덕분에 인류 역사에서 혁명을 비롯한 미래를 위한 수많은 토대가 이루어진 1840~1914년까지, 이른바 ‘의학의 황금기’이자 ‘인류 발전의 황금기’라 불리는 이 위대한 시대의 다양한 이야기를 마치 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은 우리 일상을 가능하게 만든 획기적인 사건에 독자를 끌어들이고 이 매혹적인 시대의 선구자와 개척자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의사와 과학자, 발명가 대부분은 점진적으로 진보하는 미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의 노력이 언제나 성공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위기를 맞이한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는가? 분명한 것은 이 대답뿐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세상을 치유하는 힘’이 있음을. 우리의 미래 역시 그러할 것이다.
★★★ 이 책을 향한 찬사
“팬데믹 시대, 의사이자 역사가인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의학적 진보의 역사를 듣는 것은 인류에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The Neue Zürcher Zeitung〉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발전의 시대를 생생하게 목격한다!”
- 〈디 프레세 Die Presse〉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 〈스펙트럼 Spektrum〉
“의학의 업적에 대한 감사로 가득 찬 재미있고 유익한 만능 책”
- 〈팔터 Falter〉
책 속으로
친숙하지만 궁극적으로 취약한 이 현대성의 뿌리에 대해 누군가 물으면 사람들은 각자의 세계관에 따라 서로 다른 답을 내놓을 것이다. (…) 하지만 기술 장비도, 차고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차도, 지구를 몇 바퀴나 도는 여행도,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정치적 조건조차도 몸과 마음의 건강 문제만큼 직접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건강 또는 건강의 결함, 질병은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방향을 알려주며 어떤 지점에서는 삶을 끝장내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_〈프롤로그〉 중에서
콜레치카의 몸은 패혈증이 매우 심각했고 모든 필수 장기가 염증에 잠식된 상태였다. 이 모든 것이 시체 해부 작업에 사용된 칼로 입은 작은 상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제멜바이스는 이 모든 병리학적 변화와 몸을 뒤덮은 종기들을 보며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은 그가 수없이 보아왔던 그림이었다. 산욕열로 죽은 여자들의 몸 안에서.
(…) 이는 분명 제멜바이스에게는 끔찍한 괴로움을 안겨준 깨달음이었다. 임신부와 산모에게 도움과 구원이 되어야 할 의료진이 알고 보니 산모와 신생아에겐 죽음의 사신이었다니!
_〈죽음의 손〉 중에서
모턴은 수상하게 보이는 액체가 들어 있는 큰 유리 플라스크를 기울여 환자에게 숨을 들이마시도록 했다. 몇 번 숨을 들이쉰 후 애벗의 눈알이 뒤로 돌아갔고 머리가 수술 의자 뒤로 넘어가면서 목 위에 난 커다란 혹이 드러났다. 모턴은 워런에게 고개를 돌려 침착한 목소
리로 말했다. “이제 환자는 준비되었습니다, 선생님.”
(…) 그렇다, 그건 사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혁명이었고 축복이자 기적이었다. 당시에는 어떤 의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사형선고처럼 여겨지던 단순한 맹장 제거 수술 같은 영역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애벗은 막 마취에서 깨어나 모든 것이 끝났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강의실의 모든 의사와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으며 그들 모두 그 자리에 참석한 영광을 누릴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_ 〈침묵 속의 보스턴〉 중에서
에릭센이 진찰한 환자 중에는 척추 손상이 주된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그가 펴낸 소책자는 질병을 오로지 육체적인 것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아파하거나 아픔을 느끼는 것과 같은 심리적 근거를 포함할 것인가에 관한 토론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철도 척추의 증상은 또한 많은 동시대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만연해 있던 제동이 걸리지 않는 기계화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했다. 에릭센의 관찰은 심리적 질병에 관한 초기 연구에 많이 이바지하기도 했다.
_ 〈강철로 만든 바퀴〉 중에서
스노는 그 지역에서 콜레라로 사망한 사람을 까만 막대기로 표시하는 지도를 만들었다. ‘유령 지도’라고도 불린 이 죽음의 지도는 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다. 브로드가의 펌프에서 걸어갈 수 있는 구역의 집들은 대부분 까만 막대기로 가득 찼다. 콜레라 병원균이 물을 통해 퍼진다는 것을 점점 확신해가던 스노는 지도상의 몇몇 하얀 부분들을 보고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런던의 폴란드가에는 500여 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민 구제소가 있었는데, 그곳의 콜레라 환자는 몇 명밖에 되지 않은 데 비해 그 주변의 중산층에 가까운 이웃들은 큰 피해를 보았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빈민 구제소에는 자체 우물이 있었다.
_〈죽음의 지도〉 중에서
수술 후 사흘이 지나 리스터는 조심스럽게 금속 포일을 제거하고 다시 붕대 위에 약간의 석탄산을 부었다. 제임스는 허약했고 사고 후 많은 피를 흘렸음에도 열은 나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은 사고 발생 나흘째에 찾아왔다. 리스터가 천천히 붕대를 풀고 상처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그는 잠시 멈칫하며 동작을 멈추었다. 너무나 익숙했던 그 무엇인가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름과 염증 냄새였다. 상처에 딱지가 붙기 시작했고 주변 피부가 붉어졌지만 고름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렸다. 의학계의 새로운 시대가 밝아오는 순간이었다. 그토록 흔한 합병증을 이제는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_〈소독제〉 중에서
프로이트는 코카인을 기적의 약으로 생각했으며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 사로잡혔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멀리 함부르크에 있는 마르타에게도 잘 전해졌다. (…) 프로이트는 또한 콜러에게 소위 기적의 약을 소량 전달하면서 약의 효과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산책 중에 나눈 대화에서 콜러의 관심을 끈것은 자극적이면서도 기분을 상승시키는 약물의 효과만이 아니었다. 프로이트는 한때 몬테가차가 자신의 논문에서 가볍게 언급한 것처럼 코카인은 혀를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어 치은염으로 인한 고통을 완화해준다고 얘기했다. 이 대화 후 프로이트는 여행 가방을 꾸려서 마침내 마르타를 다시 만나러 갔다. 젊은 의사는 함부르크로 떠났고 그 후로는 마취제의 역사와는 작별을 고했다.
_〈코카인〉 중에서
이같이 간단하지만 무척이나 효율적인 혁신 제품이 처음에는 볼티모어에서, 그다음으로는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환자들이었다. 조지프 블러드굿이라는 할스테드의 부하 직원은 존스 홉킨스의 수술실에서 일어난 탈장 수술 후 감염률이 고무장갑을 끼기 전 17퍼센트에서 몇 년 후 2퍼센트 미만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_〈간호사 캐럴라인의 장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