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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쁨 중독

한빛비즈

번역서

판매중

  • 저자 : 셀레스트 헤들리
  • 번역 : 김미정
  • 출간 : 2020-12-11
  • 페이지 : 408 쪽
  • ISBN : 9791157844654
  • 물류코드 :3315
  • 초급 초중급 중급 중고급 고급
5점 (1명)
좋아요 : 1

우리 조상은

원래 1년에 반만 일했습니다!

 

‘일’은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루에 제일 오랜 시간을 일하는 데 사용해야 하고, 먹고살기 위해선 일을 꼭 해야 한다. 때로는 일을 자신의 가치와 인생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우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이 지침을 뼛속 깊이 새기며 살아온 것이다. 근데 정말 우리의 삶에서 일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을까? 

중세 소작농은 평균적으로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적은 시간 일했고, 훨씬 더 긴 휴가를 즐겼다. 그들은 하루 8시간 이하, 때로는 그보다 짧게 일했으며, 적어도 1년의 3분의 1은 쉬면서 성인(聖人)의 축일을 기념하고 특별한 행사들을 치렀다. 심지어 기원전 4세기 중반까지는 공식적인 축제일만 거의 6개월에 달했고, 그 시기에는 아무도 일하지 않았다. 김빠지게도,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일주일에 최소 40시간씩 일한 것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현상이다. 

자, 봐라. 먹고살기가 팍팍해 자꾸 잊는 모양인데, 원래 우리 삶의 목적은 ‘일’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일해 얻은 것으로 ‘잘 먹고 잘 노는 것’에 있다. 

 

기술을 계속 발전하는데

왜 항상 시간이 부족할까?

 

이상한 일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노동 시간도 줄어야 맞다. 세탁기가 나와 냇가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방망이질을 하던 때보다 빨랫감에 쓰는 노동력과 시간이 줄어들었다. 사람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하던 작업들은 각종 자동화 기계와 로봇의 등장으로 더 빠르고, 수월해졌다. 근데 왜 우리가 일을 하는 시간은 점점 늘어만 가는 것일까? 왜 우리는 회사에서 매일매일 정시 출퇴근도 모자라 야근까지 하고, 집에도 일을 가져와야 하는 것일까?

산업화 이후로 시간은 돈이 됐다. 기계를 오래 가동할수록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공장주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면서 ‘게으름은 비도덕적 행위고, 근면은 도덕적 행위’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는 직원들이 얼마의 임금을 받건 장시간 일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 말도 안 되는 개념은 서서히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어갔다. 

그 후 약 200년 만에 사람들은 게으름을 싫어하고, 죄악시 여기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조금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못한다. 항상 바쁘고, 시간이 없다. 특히 아무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보내는 ‘게으른 짓’은 할 수가 없다. 이에 지쳐 힐링을 외쳐대는 사람들도 실상은 다르지 않다. ‘멍 때리기’마저 대회를 열어 경쟁하고, 다른 사람들을 쫓아 불멍, 차박, 등산을 즐기기 바쁘다. 진짜 ‘쉼’을 즐기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취미를 하고, 그것을 SNS에 전시한다. 누구도 진짜 ‘게으른 짓’은 하고 있지 않다. 

 

《말센스》 저자가 던지는 새로운 질문,

“이렇게 사는 게 맞습니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전, 저자 셀레스트 헤들리 역시 자신의 주머니 사정이 고민인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녀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기만 하면 자신의 삶이 금방 여유롭고, 윤택해질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몇 년 전, 바람대로 그녀는 성공을 맛 봤다.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녀의 TEDx 영상이 2천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말센스》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이다. 그녀는 꿈꾸던 경제적 안정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삶은 바뀌지 않았다. 이상했다. 예전보다 더 시간이 없었고, 오히려 소소하게 즐기던 취미생활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녀는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지독한 ‘바쁨 중독’에 빠져있음을!

 

여유가 있는 

‘진짜 삶’을 되찾을 6가지 방법!

 

바쁨 중독에 빠진 것은 저자만이 아니었다. 현대인 대다수가 이 약도 없는 중독에 빠져있었다. 저자는 우리가 왜 바쁨 중독에 빠졌는지, 언제부터 ‘여유’를 죄악시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진짜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과 방법을 발견했다. 

 

하나. 자신의 업무 방식을 파악하라

둘. 미디어 속 삶에 집착하지 마라

셋. 책상에서 떨어져라

넷. 여가에 투자하라

다섯. 진정한 관계를 맺어라

여섯. 안목을 넓혀라

 

그래, 백 번 양보해서 현대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바삐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쉬는 시간조차 죄책감을 느끼며 즐기지 못하는 것은 그만두자. ‘쉬는 날 너무 누워만 있으면 게을러 보이려나?’ ‘날 좋은데 밖에 안 나가는 건 죄 아냐?’ ‘휴가철인데 어디 여행이라도 가야 하나?’ 이 부질없는 죄책감에서 그만 벗어나라.

저자는 바쁨 중독에서 벗어날,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확실한 6가지 방법을,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찾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과 공유하길 원한다. 사람들이 바쁨 중독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의 삶을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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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트 헤들리 저자

셀레스트 헤들리

20년간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에서 뉴스 진행 및 다양한 프로그램의 호스트, 2012년 대통령 선거 보도를 담당한 미국 최고의 방송인 중 한 명이다. 센스 있는 대화법을 설명한 그녀의 TEDx 영상은 현재까지 2천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집필한 《말센스》는 ‘2017년 NPR 최고의 책’으로 선정, 2017년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실버 노틸러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2019년 미디어 체인지메이커 어워드도 수상했으며, 현재도 미국 공영 방송국 데일리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팟캐스트 공동 진행자, 각종 기업 및 대학에서 강연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줄어들지 않는 업무에 지쳐가던 어느 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그녀는 우리가 왜 ‘바쁨 중독’에 빠졌는지, 언제부터 여유를 죄악시하게 됐는지, 어떻게 하면 진짜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과 방법을 찾았다. 그녀는 《말센스》 때처럼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이 특별한 깨달음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그녀의 고군분투기이자 독자에게 선물하는 자그마한 선물이다.

김미정 역자

김미정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10년 넘게 영상번역가로 활동했다.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바른번역에 소속되어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그릿 GRIT》, 《자기통찰》, 《끝까지 해내는 기술》,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의 52가지 공통점》, 《변화의 시작 5AM 클럽》, 《나는 혼자일 때 더 잘한다》, 《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 《슈퍼 버그》, 《습관의 디테일》 등이 있다.

들어가는 말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가?

 

1부_바쁨 중독에 빠지다

1장 삶의 속도는 왜 이렇게 빨라졌을까?

2장 증기 기관이 변화시킨 노동 습관

3장 노동은 선이고, 게으름은 악이다

4장 시간, 돈이 되다

5장 일이 집으로 들어오다

6장 더 많이, 더 빨리 일해야 하는 여성

7장 일은 정말 필요한가?

8장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기본 욕구

9장 과학 기술이 문제일까?

 

2부_여유 있는 진짜 삶을 되찾을 방안들

삶을 되찾을 방안 하나 자신의 업무 방식을 파악하라

삶을 되찾을 방안 둘 미디어 속 삶에 집착하지 마라

삶을 되찾을 방안 셋 책상에서 떨어져라

삶을 되찾을 방안 넷 여가에 투자하라

삶을 되찾을 방안 다섯 진정한 관계를 맺어라

삶을 되찾을 방안 여섯 안목을 넓혀라

 

나가는 말 일에 대한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감사의 말

색인

▶ 책 속으로 

 

몇 세대에 걸쳐 우리는 정신없이 일하면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어왔다. 너무 오랫동안 자신을 혹사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잊은 채 ‘마음 편히 노는’ 능력을 잃었다. _11쪽, <들어가는 말: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가?>

 

능률 숭배자란 어떤 이들인가? 그들은 끊임없는 활동이 미덕이며, 무슨 일이든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 집단이다. 그들은 항상 바쁘고, 자신들의 모든 노력이 시간을 절약하고 삶을 개선해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효율성은 환상이다. 그들은 실제로는 시간을 낭비하면서 능률적이라고 생각한다. _15쪽, <들어가는 말: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가?>

 

내가 겪고 있는 효율성 중독의 근원을 찾기 위해 나는 역사책을 뒤져야 했다. 그 원흉을 찾기 위해 1950년대, 1920년대, 20세기 전환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과거의 노동 관행을 살펴보았다. 종국에는 1600년대의 일상생활에 대해 읽기 시작했고, 다시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를 통해 약 250년 전까지만 해도 일하는 습관이 완전히 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일과 효율성, 여가에 대해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전부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났으며, 매우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_45~46쪽, <1장: 삶의 속도는 왜 이렇게 빨라졌을까?>

 

하지만 우리는 조상들에게 ‘일’이 무슨 의미였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잘못 생각해왔을지도 모른다. 중세 소작농은 평균적으로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일했고, 훨씬 더 긴 휴가를 즐겼다.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항상 일주일에 최소 40시간씩 일해야 했던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관행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현상이다. _48쪽, <2장: 증기 기관이 변화시킨 노동 습관>

 

그러므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근무 시간 단축을 요구하기 시작했을 때, 각 노동자는 새로운 보호법을 위해서가 아니라 “4~5세기 전 조상들이 일했던 방식을 되찾기 위해 싸운 것”이라고 소롤드 로저스는 이야기한다. 즉, 사람들은 도시로 이주하고 노동 환경이 대규모 생산 라인으로 바뀌기 이전의 노동 관행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노동 시간을 둘러싼 싸움은 처음부터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영위했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_66쪽 <2장: 증기 기관이 변화시킨 노동 습관>

 

우리 조상들이 자신과 자손들의 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고통을 겪었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잠시 생각해보라. 10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는 싸워보지도 않고 그 기반을 넘겨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장시간 일하고 퇴근 후나 휴일에도 업무 문자에 답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것이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며, 이런 업무 관행을 따르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의 관행은 바뀔 수 있다. _69~70쪽 <2장: 증기 기관이 변화시킨 노동 습관>

 

오랫동안 가톨릭교회는 신앙인이 천국에 가려면 선행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리고 (일하기를 꺼리는) 나태함은 7가지 대죄 중 하나다. 가톨릭 사제들은 야고보 서간의 다음 구절을 인용하고는 했다. “나에게 실천 없는 그대의 믿음을 보여주십시오. 나는 ‘실천으로’ 내 믿음을 보여주겠습니다.” 루터는 자선단체에 기부함으로써 구원을 살 수 있다는 관행을 경멸했기 때문에 근면성과 검소함을 강조했다.

루터는 오직 믿음을 통해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근면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노고와 효율적 노동을 통해 선하고 믿음이 깊은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다고 가르치기도 했다. 루터는 ‘사후’에나 게으름을 즐겨야 한다고 믿었다. _72~73쪽 <3장: 노동은 선이고, 게으름은 악이다>

 

‘오직 노력과 투지를 통해 위업을 달성한 남자(솔직히 그 당시에는 거의 항상 남자였다)’라는 비전은 아메리칸드림의 핵심이 되었으며, 이와 유사한 믿음이 유럽 여러 지역까지 사로잡았다. 더글러스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자수성가한 사람에 대한 내 이론은 간단히 말해 일 잘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물질적, 도덕적, 또는 지적 우수성을 지녔든 지니지 못했든, 성실하고 착실하고 끈질기게 해온 정직한 노동이야말로 그들의 성공에 대한 유일한 설명은 아닐지 몰라도 최상의 설명은 될 것이다.” _75쪽 <3장: 노동은 선이고, 게으름은 악이다>

 

시간이 돈일 때, 한가롭게 보낸 시간은 돈의 낭비가 된다. 현대 사회의 모든 스트레스의 밑바탕에는 시간은 너무 소중해서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있다. 우리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어딘가에 쓴다. 우리에게 더 이상 여가가 없는 게 당연하다. _82쪽 <3장: 노동은 선이고, 게으름은 악이다>

 

8시간 노동이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기 무섭게, 노동자들은 승진을 하고 동료와 관리자들의 칭찬을 얻어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그 이상 일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캘빈 칼리지 철학과 교수인 레베카 코닌딕 드영의 말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가치를 생산성, 효율성, 잠재력의 극대화 측면에서 측정한다. 따라서 바쁘게 지내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_83쪽 <3장: 노동은 선이고, 게으름은 악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1965년에 “오늘날에는 한 세기 전보다 오히려 더 신중하게 시간이 쓰인다. 사람들은 더 많은 급여를 받을 때 더 오랜 시간 일한다. 일이 여가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평균적인 미국인은 평균적인 영국인보다 1년에 140시간 더 일하며, 프랑스의 평균적인 노동자보다 300시간 더 일한다. 우리는 여가를 돈과 맞바꾸고 있지만, 급여가 많이 오르지 않았으므로 별로 좋은 거래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시간이 너무 값진 것이어서, 바비큐나 야구 경기를 하며 보낼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쉬는 날 하는 활동에 대해 불안을 느꼈다. 여가는 스트레스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마음 한구석으로 그 시간에 벌 수 있었던 돈을 생각하며 속을 태웠다. _90~91쪽 <3장: 노동은 선이고, 게으름은 악이다>

 

확실히 집과 사무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탓에, 실질적으로 비업무 시간이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캔버라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오스트레일리아연구소가 말하는 ‘오염된 시간(polluted time)’을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휴무일에 업무를 처리해야만 하거나, 당직을 서거나, 엄밀하게는 근무 시간이 아닌데도 업무와 관련한 문제나 해결책을 고민해야 하는 데서 오는 현상이다. _100쪽 <4장: 시간, 돈이 되다>

 

컴퓨터와 통신 도구의 발전은 각종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훨씬 덜 걸리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듯이 몇 시간이고 계속 부지런히 일한다. 회사의 경영진은 21세기의 직장에서 여전히 19세기의 사고방식을 고집한다.

이런 상황은 ‘일은 주어진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완료된다’는 ‘파킨슨의 법칙’으로 일부 설명이 된다. 과학적인 원칙은 아니고, 역사학자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이 처음 피력한 경험 법칙이다. 즉 하루에 8시간 일하기로 계약했으나 실제 일의 분량은 5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고 할 때, 5시간 안에 일을 끝내는 대신 주어진 8시간을 채우려고 일의 속도를 늦추는 현상을 설명한 것이다.

1세제곱피트의 질소가 팽창하여 집 전체를 채우듯이 우리는 25시간이면 처리할 일을 회의를 소집하고, 사소한 문제들을 토론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의제를 정하는 등 일을 더 복잡하게 해서 결국 40시간이 꼬박 필요하게 만든다. _103~104쪽 <4장: 시간, 돈이 되다>

 

우리는 업무에 실제로 요구되는 시간과 상관없이 직장에서 8시간을 보내야 한다. 따라서 엄연히 근무 시간인데도 온라인 쇼핑을 하고, 진료 예약을 하고, 일상적으로 개인적인 용무를 처리한다. 마트, 병원, 관공서 같은 곳이 문을 닫은 뒤에야 퇴근한다면 이런 용무를 달리 어떻게 처리하겠는가? 누구에게나 본인이 오직 일에 집중하는 동안 집에서 개인적인 용무를 처리해줄 배우자가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가정생활을 사무실로, 일을 가정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_104~105쪽 <4장: 시간, 돈이 되다>

 

우리는 이러한 가치를 내면화하여 스스로 기꺼이 헌신적인 신자가 되기에 이르렀다. 장시간 근무라는 종교에 귀의하여,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단순히 승진을 위한 최상의 방법이 아니라 ‘살아가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믿게 되었다. _113쪽 <4장: 시간, 돈이 되다>

 

핸슨은 이런 주장이 흰소리로 여겨지지 않도록, 자신의 철학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핸슨의 직원들은 1년의 대부분은 주당 40시간, 여름에는 32시간만 일한다. 그는 2017년 한 논평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중독은 질병이다. 우리는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의 고통을 응원할 게 아니라, 치료와 대처 방안에 대해 조언해주어야 한다.” 그의 말처럼 일중독을 질병이라고 한다면 질병 중에서도 최악의 질병이다.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치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일중독’이라는 말을 칭찬이나 은근한 자랑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도움을 청하는 외침으로 생각해야 한다. _118쪽 <4장: 시간, 돈이 되다>

매 순간, 바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말은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어린 시절 나는 한강의 기적 세대로 일컬어지는 아버지 세대 분들에게서 게으른 것은 나쁜 것이고, 마음의 근심은 먹고 살만 하거나 한가해서 생기는 잡념이라는 말을 듣곤 했다. 나 뿐만 아니라 아마 대부분의 청장년들은 게으름에 인색할 것은 물론,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반성하며 게을러지지 않도록 반성하며 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바쁨에 지칠 때마다 - 정확히는 시간 투자대비 별 효용이 없을 때마다 -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면 삶의 의미나 행복이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도달하게 된다.

지난 30여년 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양적완화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극도로 심화되었고 자본주의의 커다란 맹점을 보여주고 있다. 시스템 자체에 커다란 결함이 있는 것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세상 부의 절반을 상위 1%의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불만을 품기도 하며 관련 책들을 읽고 세계적인 석학의 고견도 들으며 노동, 시간, 자본에 대해 되짚어 보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은 2장에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 책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는 30만 년간 40시간씩 일하거나 연간 300일 이상 일하지도 않았다. 4천년 전의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축제일은 6개월에 달했으며 그 기간에는 노동을 하지 않았다. 맥락이 유사한 또 다른 도서를 읽다보면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인류가 자본, 노동과 관련하여 투쟁해 온 역사를 읽어보면 노동이 일생의 시간을 얼마나 빼앗아 그만큼 행복과 건강을 위협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이렇게 바빠졌을까?

이 책은 크게 2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우리가 바쁨 중독에 빠지게 된 이유와 현실에 대해 다루며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의 기본 욕구, 과학기술, 사회, 성차별, 인간의 본성 등을 두루 살피며 시간이 줄어들게 된 직,간접적인 관련 요소들을 폭넓게 훑어볼 기회가 주어진다.

또 다른 하나의 파트에서는 여유를 찾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무의미한 바쁨이라는 굴레에서 해방되고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노력으로 부터 깨달은 유용한 해결책을 몇가지 제시한다. 일부 효과적이라 생각하는 방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 시간 지각(Time Perception)과 일정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고전의 진리는 여기서도 통한다. 이 해결책은 시간이 어디서 새어나가고 있는지 자신의 시간 활용을 측정하는데서 시작한다. 저자의 경우 공책 한 권을 준비한 후, 24시간을 30분 단위로 나눠 한시간에 한 번씩 3주에 걸쳐 스스로의 활동을 기록했다. 그 결과 인터넷 쇼핑과 SNS 활동으로 1주일에 3시간 이상을 쓴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는데, 저자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를 측정함으로써 몰랐던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시간 활용 패턴이 파악되었다면 다음으로 의미있는 작업은 일정표를 만드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개인마다 직업에 따라 시간의 활용 패턴이 다를 것이기에 각자의 특수성이 반영되어야 의미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경우 주말/주중 일정표를 나누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일에는 의미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SNS활동이나 이메일 확인 및 답변과 같은 업무 활동을 전혀하지 않음으로써 평소의 걱정과는 달리 그런 활동이 없어도 일상에 지장이 없음을 깨닫고 해방감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 비교와 미디어 집착에서 벗어나기
    저자는 위 방법대로 시간을 지각하고 일정표를 수립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원인은 또래 압력(Peer Pressure)에 있었다. 스스로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일정표까지 수립했지만 또래와의 미팅에서 치과 예약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주장과 더불어 얼마나 바쁜지 설득하는 것이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일상의 착각으로 되돌아 왔다.

    저자의 조언과는 별도로 이 대목에서 난 습관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했다. 나름의 방법을 스스로 고안하고 설득하였음에도 이를 꾸준히 이어가게 하는 성패 여부는 습관에 달려있는 것 같다. 어쨌든 저자는 미디어의 삶에는 상대방의 최선의 상태와 업적만이 올라오기에 비 현실적인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무의미한 바쁨 속에 빠뜨리지 않도록 경계를 권하고 있다.

  • 휴식과 삶의 균형
    과도한 근무는 일반적으로 6 ~ 10 %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고작 그 정도의 성취를 위해 많은 이들이 건강과 행복을 내주는 현실을 냉철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저자 역시 하루에 4시간까지만 집중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해 볼 때 그 이상의 시간 투입은 효과없이 버려지는 시간이 아닐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 뇌의 디폴트 모드와 연락을 주고 받지 않는 날
    휴식은 뇌의 정신 건강과 창조적 신경 상태를 도와준다. 뇌에 일을 지시하지 않으면 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NN) 상태로 전환이 되는데 이 때 다음과 같은 일들이 발생한다.

    • 과거 사건을 불러들여 맥락속에서 살펴보고 도덕적으로 평가한다.
    • 미래에 대한 상상
    •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자신의 감정과 결정을 성찰 이는 창의적 사고와 혁신의 원천이 되며, 기억과 감정의 퍼즐 조각을 재구성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따라서 여가와 휴식은 선택적인 존재가 아니라 필수적인 존재임을 상기해야 한다. 더불어 업무 이메일 중독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월요일 하루를 연락하지 않는 날로 지정했다.

    “저는 하루에 2-3번만 이메일을 확인합니다. 급한 일의 경우 전화하세요. 그런데 정말 급한 일인가요?”

    다음과 같은 문구 하나만으로 실제 월요일에 연락이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쩌면 우리는 해보지도 않고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하루라도 연락이 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는 착각속에 빠져 사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이 시대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마치 선험 혹은 진리와도 같은 숙명에 의문을 던진다. 전제 조건의 진리 여부를 파악하고자 인류 전 역사를 살펴보고, 노동-자본-산업-문화-심리학을 살펴보며 인간의 특성에 대해 파악하고자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객관적인 지식을 토대로 스스로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게 스스로 재 정립한 삶과 시간의 가치관이 현실이 될 수 있게끔 저자가 먼저 시행했던 조언을 참고하여 실전적인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때로는 프레임을 바꿔보고, 때로는 과감해지는 방법으로 현실을 바꾸고자 시도할 수 있기에 한 번이라도 시간에 쫓겨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에게는 필독서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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