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 가능한 50가지 재미있는 심리학 실험으로 사람 마음의 작동 원리
를 알려주고 일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학 책이다.
학창 시절만 해도 심리학은 사는데 큰 도움이 안되는 그들만의 학문이라는 선입견이 강했다. 인지부조화, 학습된 무기력 등 제법 그럴싸한 단어를 사용하는데 알고보면 큰 도움되는 개념도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
성인이 되고 산업 전반에 녹아있는 심리학의 방대함을 알게 된 이후로 이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 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이다. 퇴근하면 씻지도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몹쓸 고질병이 있었는데 처음 몇 번 습관을 형성하고 나니 조건반사처럼 들어오자마자 옷부터 갈아입고 씻게 되었다.
그 이후 습관이 얼마나 삶에 유용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고 습관을 형성하기에 유리한 마음가짐을 갖는데 심리학이 꽤 일상에 도움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또 직장 생활을 하며 학습된 무기력이 얼마나 내 의지와 꿈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적잖이 놀랐다. 어느덧 나는 노력해봤자 안될 것이 뻔한 일에 대해 지레 겁먹고 행동을 멈추는 일이 빈번해졌다. 앞서 언급했던 그럴싸해보였던 유식해보이는 심리학 용어는 치열한 현실이 되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현실에서 진의를 겪어보기 전까지 그 정도 단어는 다 알고 있는 개념이라고 뻔한 개념이라고 아래로 내려다 보듯 했었는데 정작 나는 그 개념과 단어에 갇혀 현실에서 스스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것 조차 모른채 살았다가 우물안에서 간신히 뛰쳐나온 개구리에 불과했다.
이렇듯 삶과 일상에서 심리학은 알에 갇힌 나를 여러번 바깥으로 꺼내주는 고마운 학문이자 지혜였다. 이 책에는 심리학이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을 50가지
나 선사한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최근 10년 간 유관 서적을 여러 차례 읽었음에도 모르는 내용도 담고 있어 신기했다. 때로는 이미 알고 있는 개념임에도 진의
를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줬다. 그런 주제들은 그동안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던 개념이었던 것이다. 구체적인 실험과 일상에서 재현할 수 있게 실험 위주로 구성된 본 도서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특히 관심이 가는 분야는 프레임
이다. 이 책으로 따지면 10번째 실험 “다른 생각은 못 하게 만드는 마음 갖춤새
“에 해당되는 주제이다. 쉽게 말해 손에 망치가 주어지면 다 못으로 보인다는 뜻인데 우리 두뇌는 유독 프레임에 취약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AI를 연구하면서 사람의 두뇌를 모방한 신경망을 자주 활용한다. 사람의 두뇌처럼 어느 한 주제에 꽂히면 데이터 양과 학습의 정도에 따라 상당한 성능을 발휘한다.
사람을 모방한 신경망을 보면서 내 마음 혹은 두뇌의 매커니즘에 대한 인식을 재구성하는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 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모습이겠지만 실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이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두뇌가 어디 한 주제에 꽂히면 다른 영역으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오묘함에 놀랄 때가 많다.
중요한 일을 할 때나 직장에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두는 것은 그런 인간의 깊이 있는 신경망을 보완하기 위해 널리 보는 시야를 위한 대책일 것이다.
한번 생각이 꽂히면 남의 말이 귀에 잘 안들어오기도 하고 때로는 무식한 방법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편하다는 이유로 혹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별 의심없이 과거의 행동을 답습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야 차치하고서라도 슬기로운 관점으로 위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행을 안고 그냥 안주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관련 주제에 대해 책에서는 루친스가 적용한 실험이 소개된다. 어려워 보이지만 조금만 인식을 전환하면 쉽게 풀 수 있는 수학문제가 주어지고 집단 A, B의 실험 결과를 분석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루친스의 실험을 보다 일상에서 쉽게 적용해볼 수 있도록 재구성된 아이디어가 소개된다. 아래 그림은 아마 대부분 한 번 이상은 봤던 그림일 것이다. 그렇지만 뻔한 그림일지라도 책에 숨어있는 진의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학습된무기력이라는 개념을 우습게 바라봤던 나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
재현한 실험 뒤에는 실험 결과
를 분석한 후 저자가 총평
을 내린다. 책에 소개된 50가지의 실험은 대부분 위와 같은 구성이 반복된다.
실험의 가짓수 만큼이나 이 책에는 중요한 심리학 연구 성과가 담겨있고 또 대부분은 일상에 많은 도움을 주는 개념들이다.
예를 들면 표면적인 사고보다 깊이 있는 사고가 기억력의 지속에 유리하다는 점을 이용한 기억력을 지속시키는 팁들이 소개되는가 하면 충분한 시간이 아닌 제한된 시간과 조건
내에 창의력이 솟구친다는 사실도 실험하며 깨닫게 된다.
아픈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재구조화
해보고 우스운 목소리로 들었을 때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깨닫는 탈융합
등의 방법으로 인생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지혜도 얻을 수 있다.
조금 더 나은 배우자를 얻는 방법 혹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설득을 기반으로 한 경제적 판단에 이르기까지 삶을 조금 더 유쾌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법들도 소개되어 있다.
때로는 물리적인 혹은 몸의 외부 자극이 나의 내부 변화를 이끈다는 그간의 상식과 어긋나는 진실을 마주치게 되고 거짓말을 더 잘 잡아낼 수 있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팁도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AI를 연구하기 때문에 심리학에서 활용하는 과학적 사고와 도구를 익힐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두 집단 간 t-test, 세 집단 이상의 ANOVA, 예-아니오 설문의 카이제곱검정 등 통계학에서 다루는 도구들이 실전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다양한 적용 사례를 엿볼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
살면서 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멋지게 차전계를 펼쳐보고 싶지만 상대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적일때야 세상이 내 편만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서로 한 배를 탄 같은 운명일때도 경계를 해야하는 현실엔 답답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책의 50가지 실험을 그간 삶과 결합하여 곱씹어보고 열길 물 속보다 깊은 사람의 독특한 심리와 마음의 진의를 조금이라도 더 파악할 수 있다면 앞으로 살아갈 날은 훨씬 달라질 수 있을거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