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자연 자체가 터무니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이다.” - 리차드 파인만, 양자역학 강의中
양자 역학.
현대 과학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이자 이해하기로는 끝판왕급 난이도를 자랑한다. 아무도 몰라서 이걸 언급하면 똑똑해보이는 착시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언젠가 밀레니엄 7대 난제 중 하나인 리만 가설
과 양자 역학
중 무엇이 더 어려울까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난 모르지만 “모든 자명하지 않은 영점의 실수부가 1/2라는 추측”은 그래도 무슨 소리인지 알아는 듣겠는데 양자 역학의 매커니즘은 아예 이해가 안된다. 상식과는 너무도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AI에 관심이 많아 양자컴퓨팅 때문에 양자역학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Q-bit이 정보처리의 기본 단위로 활용되어 현존하는 컴퓨터에 비해 기하급수적인 컴퓨팅 파워를 갖는다. 덕분에 자연스레 양자적 성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 양자 역학은 가끔 과학인지 철학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 관찰이 일어나야 양자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입자 형태로 결정지어진다는 개념은 생각해야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과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고, 생각을 좋아하고, 철학을 좋아하고, 창의력을 좋아한다면 양자 역학만큼 무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의 폭을 넓히기에
좋은 주제는 없다.
문제는 양자를 알고 싶어도 잘 설명해주는 레퍼런스를 찾기 어렵다는 것인데 리차드 파인만도 이해 못한것을 누가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줄 수 있단 말인가.
여담으로 최근 스티븐 와인버그의 제3의 생각
이 출간되었을 때 드디어 양자역학을 위한 레퍼런스가 나왔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현재 양자 역학에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천재께서 딱딱한 논문이 아닌 에세이로 책을 내셨으니 분명 기대할 법 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1년 가까운 시간동안 이해를 위해 시간차를 두면서 3번이나 읽었지만 리뷰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수준에 그쳤다. 과연 몇번을 더 읽으면 조금 아는 척은 할 수 있을지 스스로 되묻는 시간만 많아졌다. 확실히 기억하고 이해하는 구절이 하나 있는데 누군가가 와인버그에게 물리학이 뭐냐고 묻는다면 물리학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말만 해줄 수 있다는 겸손하고도 어찌보면 진실(?)인 회고뿐이다.
비록 제3의 생각을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금 리뷰하고자 하는 퀀텀을 만나 그 갈증을 상당부분 해소하게 되었다. 그동안 양자역학을 이해하고자 상당한 책을 읽어왔음을 자부하는 독자로써 감히 예상컨데 현존하는 책 중 양자 역학을 가장 쉽게 풀어주는 책
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나면 얻을 수 있는 것을 두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읽기 전) 양자 역학이 무엇인지 모른다. (읽은 후) 양자 역학의 “무엇을” 이해 못하는지 알게 된다.
장난하냐?고 반문하시겠지만 양자역학이란게 그렇다. 스스로 나 좀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 있으면 아무책이나 잡고 도전해 보라. 내가 그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할 것이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하겠다. 만화책인지라 리뷰하기 수월해서 다행이다. 본 도서의 스토리 중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굵직한 컷을 하나씩 소개할텐데 이 책의 요약본이라 생각하시면 되겠다. 핵심 주제컷 사이에 이해되지 않는 논리적 유추나 비약을 느낀다면 그 내용들이 여기서 소개되지 않은 책의 나머지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과학에 호기심 많은 독자일지라도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이 얼마나 잘못되어있는지, 얼마나 적은 영역의 범위를 커버하고 있었던 것인지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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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문제
먼저 간단한 문제를 내겠다. 빛의 속도는 약 30만km/s이다. 대충 달까지 1초만에 도달하는 속도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좀 감이 올 것이다. 당신은 똑똑해서 다행히 초속 29만km의 우주선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제 이 우주선으로 빛을 따라가보자. 3초 전 출발한 빛을 따라간 우주선과 그 빛의 거리(A)는 얼마이고, 지구에서 그 빛을 본 우리와 빛의 거리(B)는 얼마일까? 모르겠다면 A와 B가 같을지 다를지만 맞춰보자.답은
A=B
이다. 왜 이런 답이 나오는지는 아래 그림을 보자. 속도가 빠른 물체의 내부에서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가 기준과 무관하게 언제나 일정하다는 것은 특수 상대성 이론의 시작이다. -
시공간
위 그림에서 이해한 바와 같이 시간과 공간은 하나로 이루어져있다. 아래 그림이 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해준다.중력은
시공간의 뒤틀림
이다. 빛 또한 시공간의 뒤틀림을 통과하면서 착시를 유발하게 한다. 우리 눈에 관측되는 광원(별이나 혹은 빛을 내는 어떤 물질)의 위치는 실제 위치와 다른 이유 또한 시공간이 하나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GPS 또한 우리의 위치를 관측할 때 이런 현상의 오차를 보정하게 되는데 시공간이 하나라는 증거이다. -
소립자
원자안에는 핵이 있다. 핵안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존재한다. 둘은 쿼크로 이루어져있다. 쿼크는 글루온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쿼크 사이의 빈공간에 입자들이 생겼다 사라지는데 이것이 에너지이며 질량을 만들게 된다. 즉, E=mc^2이다. 이걸 왜 알아야 하냐고? 양자가 뭔지, 광자가 뭔지, 둘이 만나면 어떤 현상이 나는지 이해하기 위함이며 양자 역학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이다. -
슈뢰딩거의 고양이
양자역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독자라면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무엇인지 정도는 충분히 들어봤을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상자속의 고양이가 죽었거나 살아있는 상태가 공존할 수 있다는 정도만 알지 실제 정확한 실험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잘 모를 것이다. 내가 아는 한 그 과정을 자세히 소개한 책 또한 많지 않다.
정확하게는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방사능, 계수기 등의 실험 장치가 존재하고 빛의 파동으로서의 성질과 같은 개념도 등장한다.
그런데 실험이 끝난 뒤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그것은 상상에 맡긴다. 결과는 물론 이 책에 소개되어있다.(이 페이지보다 한참 더 뒤로 가면 그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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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무늬
양자 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간섭 무늬 실험에 대한 설명이다.이 실험을 통해 아인슈타인이 왜 반은 맞고, 반은 틀렸는지 알게될 것이다.
나아가 미래의 행위가 과거를 변화시키는 마치 타임머신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를 얻게될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 공간이라는게 무엇인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시간만 어려웠지 공간은 별로 안 어려웠을텐데,
공간이 시간보다 어렵기 시작하면 적어도 일반인 기준에서 이제 양자 좀 안다고 할 수 있는 수준
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이 책은 양자역학을 일반인이 다가갈 수 있도록 쉽게 풀어준다
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그냥 쉽게만 풀어주는 것이 아닌 시공간, 소립자의 세계, 빛의 속도와 상대성 이론 등 양자 역학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 지식
들을 먼저 쉽게 풀어주기에 그 가치는 더욱 빛이난다.
책을 사랑하고 과학을 사랑하는 AI에 관심있는 프로그래머가 그동안 양자 역학을 다루는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봤지만 이 보다 쉬운 책은 본 적이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스스로 꿰지 못한 지식은 제법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해 왔음에도 의외로 몰랐던 지식이 상당수 있었다
는 점이다.
쉬워보이는 만화책이 탄생하기까지 3년
이 걸린 이유를 알겠다. 지식을 이해하고 대중의 눈에 맞춰 재 각색의 과정은 저자에게 쉽지 않은 여정이자 행복한 여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상의 진리로 다가가는 것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 끝없는 항해를 위한 가장 쉬운 나침반이 될 것이다. 혹여 호기심이 전혀 없는 사람일지라도 주위의 소중한 사람 특히 살아갈 날이 많은 자녀, 어린이들에게만큼은 꼭 이 책을 읽도록 추천했으면 한다. 양자 역학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