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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한빛비즈

집필서

판매중

  • 저자 : 김경일 , 이윤형 , 김태훈 , 사피엔스 스튜디오
  • 출간 : 2022-06-10
  • 페이지 : 292 쪽
  • ISBN : 9791157845866
  • 물류코드 :3373
  • 초급 초중급 중급 중고급 고급
5점 (1명)
좋아요 : 1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들

× tvN <책 읽어드립니다> <어쩌다 어른> 제작진

=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유튜브

 또 한번 책으로 출간“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베스트셀러 《심리 읽어드립니다》에 이은 유튜브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두 번째 책! 

구독자수 131만(2022년 5월 31일 기준)에 빛나는 <사피엔스 스튜디오>는 CJ ENM의 디지털 지식 플랫폼으로 ‘○○ 읽어드립니다’를 기본 콘셉트로 하여 인문학, 과학, 시사교양 등 다양한 전문 지식 분야로 확장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오픈형 지식 큐레이팅 채널로, 이미 전작 《심리 읽어드립니다》에서 교양서적으로서 그 대중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 책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는 《심리 읽어드립니다》의 저자 김경일 교수가 참여한 것은 물론 이윤형 교수, 김태훈 교수까지 합심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심리학자들이 엄선한 기발한 연구들! 이그노벨상의 알짜배기만 모았다.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발간하는 유머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연감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에서 1991년에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든 상이다. 기발하고 남다른 생각, 통렬한 풍자나 기상천외한 해석이 담긴 논문, 재미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연구에 주는 상이다. 그렇다면 저자들이 이그노벨상에 주목한 이유는 뭘까? 

 

 

김경일, 김태훈, 이윤형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들이 엄선한 “기발한” 연구들

 

김경일 교수는 먼저, “꽤 오래전부터 저는 재미있는 메시지를 담은 연구가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유난히 마땅치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지심리학자인 저의 위시 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이그노벨상’을 수상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실제로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다양한 연구를 소개한다. 사실 많은 독자들에게 이그노벨상이란 조금은 낯설지 모른다. 간혹 인터넷상에서 황당하고 기발한 제목으로 소개되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소변을 참으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한다?’ 같은 주제를 보자. 언뜻 보면 한번 웃고 넘어갈 제목이지만 심리학자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인간의 억제 능력과 결정 능력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이다. 

저자들은 책에서 소변에 관한 상반된 두 연구 결과를 모두 소개한다. 먼저 소변을 참고 있을 때 우리는 기본적인 인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한다. 소변을 참는 것처럼 의지력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일을 자연스럽게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는 상식적인 연구 결과이다. 

그런데 이와 상반된 결과도 있다. 소변을 참는 것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기본적인 욕구가 억압을 받는 상태, 즉 소변을 참는 상황이 무언가를 자동적으로 처리하는 것까지 참게 해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참을성이 신체적 반응뿐 아니라 정신적 반응까지 통제할 정도로 널리 퍼진다는 것이다. 

 

책에는 또 세간의 관심을 끈 ‘미라클 모닝’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눈여겨볼 얘기도 있다. 바로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에 대한 연구가 그것. 2014년에 이그노벨 심리학상을 수상한 논문에 따르면, ‘늦게 자는 저녁형 인간일수록 어두운 3가지 특징(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 마키아밸리즘)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는 공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 즉 타인과 잘 지내고자 하는 동기가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잠을 늦게 잔다고 한다. 그러나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조건 이 3가지 측면이 다 강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즉 밤에 늦게 잔다고 해도 타인과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 이타성이나 협동 능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인과 관계가 아니라, 상관 관계라는 것. 

이 논문은 결국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사회의 구성 요소로서 살아가기 위해 나타난 적응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즉 어떤 사람은 아침형 인간으로, 또 어떤 사람은 저녁형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이 말은 우리가 상황에 맞게 적합한 행동을 하도록 진화해왔다는 의미다. 

사실 이 연구에서 저자들이 주목한 부분은, 아침형 인간이냐 저녁형 인간이냐 하는 것보다 ‘잠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점이다. 잠이 부족하면, 평소의 나쁜 습관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고 넘어간다. 중요한 면접에서 다리를 꼬고 앉는다거나 턱을 괸다든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욕도 잘 쓰면 약이 된다?

재미는 기본, 교양은 덤!

 

책은 유튜브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에 나왔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관련 내용을 더 깊이 들어가고, 방송에서는 시간 관계상 미처 소개되지 못한 내용까지 더했다. 

누군가는 이그노벨상의 연구 결과를 두고, 과연 크게 쓸모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재미는 물론, 심리학적으로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발한 연구들이 가득하다. 

‘돈을 깨끗하게 쓰면 경제 감각을 높일 수 있다’(체화된 인지), ‘불안한 날에는 새 이불을 덮지 말라’(냄새와 신경 안정의 상관 관계), ‘저주 인형, 정말 효과가 있을까?’(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스트레스 관리 팁), ‘욕도 잘 쓰면 약이 된다?’(심리학자가 알려주는 고통 줄이는 법), 여기에 거짓말에 당하지 않는 법, 사이코패스 판별법까지.  

저자들은 이그노벨상을 받은 논문 중에서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논문을 꼼꼼히 선별하고 실험 내용을 세밀하게 개관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메시지와 교훈을 충실히 덧붙였다.

저자들은 이 재미있는 생각거리들을 준 연구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허황된 꿈이 비행기로 현실화되었듯, 지금은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인간의 생각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 이그노벨상의 모토에 충실한 책이다. “사람들을 웃게 하고 이후 생각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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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저자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지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아트 마크먼 교수의 지도하에 인간의 판단, 의사결정, 문제해결 그리고 창의성에 관해 연구했다. 아주대학교 창의력연구센터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는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학과 각종 교육기관, 기업에서 왕성하게 강연하고 있으며, 〈심리 읽어드립니다〉 〈어쩌다 어른〉 〈책 읽어드립니다〉 등 지상파와 유튜브를 넘나들며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지은 책으로는 《적정한 삶》 《지혜의 심리학》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십 대를 위한 공부 사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혁신의 도구》 등이 있다.

 

 

이윤형 저자

이윤형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실험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현재 영남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인지심리학과 뇌과학 강의를 하면서 인간의 언어, 기억과 학습, 인지와 정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기관과 기업에서 강연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인지심리학을 통해 삶에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인지심리학은 처음이지?》(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 《혁신의 도구》 《인지심리학의 기초》(이상 공역)가 있다.

김태훈 저자

김태훈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의 움직임의 기저와 적용 가능성을 연구하였으며, 현재 메타인지, 인지적 편향 등 인간의 사고과정에 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심리학과에서 전임강사로 재직하였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심리학과에 재직 중이다. 각종 기관 및 기업에서 강연을 하고 있으며, 〈역사저널 그날〉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등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옮긴 책으로 《전망하는 인간, 호모 프로스펙투스》 《혁신의 도구》(이상 공역)가 있다.

사피엔스 스튜디오 저자

사피엔스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어려운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지식을 삶의 지혜로 바꾸는 콘텐츠!’ tvN 〈책 읽어드립니다〉〈어쩌다 어른〉의 제작팀과 국내외 각 분야의 전문 강연자가 함께하는 CJ ENM의 디지털 지식 플랫폼 〈사피엔스 스튜디오〉. 인문학, 과학, 시사교양 등 다양한 지식 분야로 ‘○○ 읽어드립니다’를 기본 콘셉트로 인문학과 과학 등 다양한 전문 지식 분야로 확장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오픈형 지식 큐레이팅 채널.(역사, 논문, 물리, 다윈, 심리, 경제, 고전, 건강, 관계 등)

 

 

프롤로그 

 

이그노벨상이란?

욕도 잘 쓰면 약이 된다 

저주인형, 정말 효과가 있을까?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소변을 참으라고?

거짓말을 잘하고 많이 하는 시기가 따로 있다? 

정말 싼 게 비지떡일까? 

우리는 왜 설명서를 안 읽을까?

사랑과 강박장애는 구분하기 어렵다?! 

수면이 우리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

눈썹을 보면 나르시시스트인지 알 수 있다?! 

내 이웃에 사이코패스가 산다?!

책 속으로

 

우리나라의 가수들에 비교하자면 노벨상은 조용필에, 이그노벨상은 유재하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조용필은 수십 년에 걸쳐 몇 집에 달하는 음반과 주옥같은 명곡들을 낸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가왕이라 할 수 있죠. 이처럼 노벨상은 단 한 번의 번뜩이는 논문으로는 받을 수 없고, 오랜 세월에 걸쳐 집대성한 방대한 연구의 결과물에 주는 것입니다. 40세 전에 노벨상을 받기가 힘들다는 점만 봐도 그 규모나 의미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유재하는 단 하나의 앨범만 내고 요절했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냅니다. 이런 점이 이그노벨상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_ 15쪽(이그노벨상이란?)

 

욕을 했을 때 고통이 감소하는 효과는 여성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고 심박수도 여성이 더 빨라졌습니다. 평소에 약을 잘 안 먹는 사람에게 약 효과가 더 잘 나타나는 것처럼, 여성은 평소에 남성보다 욕을 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욕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달리 말하면 평소에 욕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효과는 줄어든 것이죠.

정리하자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욕을 할수록 더 잘 참고 고통도 덜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런 효과가 여성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는 사실에 비추어 봤을 때, 약을 잘 써야 잘 듣듯이 욕도 필요한 상황에서 해야 적절한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_ 29-30쪽(욕도 잘 쓰면 약이 된다)

 

그러면 저주인형을 만들 때 저주 대상인 상사와 실제로 닮아야 할까요? 사실 그럴 필요는 없고 인형에 상사의 이름을 쓰고 상상을 하는 정도가 좋습니다. 저주 대상과 너무 똑같은 모습이면 오히려 효과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저주하려는 사람과 똑같이 생긴 인형에 핀을 찌르면 그 사람에게 진짜 물리적인 상해를 입히는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 수 있기 때문이죠. 즉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너무 과하게 행동한 것은 아닌지 후회하면서, 마음이 정화되기보다 되레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즉 내가 저주하려는 대상과 약간 비슷한 상징체에 복수하는 것이 오히려 심리적 정화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합니다. 

이렇게 저주인형에다 오늘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적습니다. 핀으로 찌르는 행위마저도 꺼림칙하다면, 이름을 쓰는 행위만으로도 우리의 힘든 마음과 분노는 조금 위안을 받을지 모릅니다. 

_56-57쪽(저주인형, 정말 효과가 있을까?)

 

예를 들어 우리가 파리 한 마리를 잡으려고 파리채를 내리치면, 파리만 정확하게 때리는 게 아니라 파리채의 면적만큼 다른 영역까지 때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진실을 억제하기 위한 억제 기제는 신체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다른 일반적인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거짓말은 건강에 해롭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죠. 

앞서 ‘소변 참기’에 관한 이그노벨상을 소개하면서 소변을 참을 때 억제 기제가 더 잘 작동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즉 억제 기제가 전이되어서, 거짓말을 할 때도 거짓과 관련된 단서를 훨씬 더 잘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죠. 억제 능력은 거짓말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거짓말을 할 때 다른 신체 기능까지 억제하기 때문에 건강 지표가 나빠질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_ 112쪽(거짓말을 잘하고 많이 하는 시기가 따로 있다?!)

 

거짓말을 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특정 습관들을 자제하는 데 소홀해집니다. 즉 거짓말을 하는 과정에서 자제력을 상실하기가 매우 쉽다는 말입니다. 이를테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고 난 뒤 에너지가 바닥나서 공공장소에서 진상을 부리거나 갑질을 하는 등의 소란을 벌이기도 합니다. 노련한 수사관들은 어떤 용의자가 사기를 저질렀는지 아닌지 조사하기 위해, 그 사람이 사기를 저지른 뒤에 찾은 업소, 식당, 주점 등에 가서 그들의 행동이 어땠는지 탐문한다고 합니다. 이들의 행동이 얼마나 절제력을 상실했는지 조사하는 것이죠.

_ 119-120쪽(거짓말을 잘하고 많이 하는 시기가 따로 있다?!)

 

2008년에 시카고대학교의 니컬러스 에플리Nicholas Epley 교수는 이런 경향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한 사람의 얼굴 사진을 찍은 뒤에 조금씩 더 잘생기거나 예쁘게 보정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 여기서 진짜 자기 얼굴을 찾으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자기 얼굴보다 10~20% 정도 보정된 얼굴을 선택했습니다. 

셀카를 찍고 나서 사진을 보면 마음에 드는 경우가 별로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들 하는데, 심리학적으로는 참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배고픈 사람들은 음식의 사이즈를 실제보다 크게 지각합니다. 그래서 같은 음식을 보고도 배가 부른 사람보다 그 크기를 크게 기억합니다. 또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보다 동전을 더 크게 그립니다. 

_ 173-174쪽(우리는 왜 설명서를 안 읽을까?)

기발하고 참신한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연구들을 다룬 책으로 특히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어 일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준다.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하여 만들어진 상이다. 반복할 수 없거나 반복해선 안되는 업적에 수여되고 더할 나위없이 바보같거나 시사하는 바가 많은 무언가를 해낸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하지만 때로는 극도로 참신한 주제로 노벨상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고 기발함에 좋은 효과를 내는 경우도 많으니 이 상의 취지는 이 책에 언급된 바와 같이 “사람들을 웃게 하고 이후 생각하게 하는” 상이 가장 이그노벨상을 잘 정의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그노벨상을 소재로 그 중에서도 심리학과 관련이 깊은 연구들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 연구 주제별로 저변에 내재된 근간이 되는 관련 심리학 연구와 사실들이 같이 소개되고 있어 일상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두번째 장점으로는 기발함과 참신함과 관련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연구 주제 자체에서 연구자가 어떻게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며 색다른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음은 물론 실제로 연구의 결과는 어떤 결론에 이르렀는지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큰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머릿속에만 존재했던 두서없는 생각을 연구의 형태로 탈바꿈할 만한 습관이나 방법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는 최소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학자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지만 사실 형식만 갖추지 않았을 뿐 우리는 늘 일상에서 실험하고 연구한다. 어떻게 목적지에 최소비용으로 최대한 빨리 도착할지에 관한 문제도 그런 연구의 일종이다.

만약 우리의 두서없는 아이디어를 모두가 합의할만한 객관적이고 공평한 실험과 연구로 바꿀 수 있다면 세상에는 더 많은 믿을 수 있는 연구 결과물이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연구의 총합은 결국 세상에 존재하는 지식의 경계선이고 연구는 또 다른 연구의 아이디어이자 발상점이 되기 때문에 세상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 이 책의 재미있는 주제들을 살펴보면서 실험을 위해 연구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정성적인 부분을 정량적으로 측정했는지, 통제 집단은 어떻게 설정했는지 등을 배워볼 수 있다는 점이 유익한 요소라 생각했다.

예를 들면 이 책에 소개된 실험자들이 저주 인형을 찌르는 강도는 마음속에 숨은 원한 대상에 대한 증오의 정도나 공격성의 정도로 측량을 하고 소변을 참으며 통제 능력을 시험하는 연구에서는 소변과 무관한 통제 집단을 지정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이그노벨상의 가장 큰 의의는 일반인과 연구 사이의 가교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으로는 세번째 장점이 가장 큰 이익이 될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읽는 재미와 유익함으로는 첫번째 장점이 가장 강렬하다. 책의 초반부에 소개되는 욕의 기능과 저주 인형의 효과에서 나도 모르는 나의 심리를 많이 알 수 있었고, 그동안 본능적으로 취했던 행동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움직이게 된 것인지 깨달아가며 제 3자의 넓은 시점으로 나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여성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긴 이유 중의 하나가 즉각적이고 잦은 감정 표현에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대상에 대해 분노의 감정이 치솟을 때도 남성은 거대한 100점 짜리 복수를 꿈꾸고 기다리며 스트레스를 즉각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반면 여성은 10점짜리 복수나 목표를 조금씩 이뤄나가며 감정을 즉각적으로 자주 표현하는 능력이 있기에 평균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덕분에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방법을 얻게 되었다. 화가 나면 바로 풀어버리는 타이밍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저 참기만 하는게 아니라 욕을하든 저주 인형을 찌르든 화를 없애는 좋은 방법을 찾는 계기도 되었다.

소변과 관련된 연구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모순되어 보이는 상반된 연구 즉, 소변을 참으면 결정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와 소변을 참으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의 연구를 비교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늘 그렇듯 정반합은 위대한 결과를 가져온다. 거짓말이 들통나기 싫다면 혹은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일들에 신중을 기하고 싶다면 소변을 참는 것이 큰 효과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추상적인 욕구와 구체적인 욕구를 구별하는 과정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에 대한 지적유희를 선사해주었다.

모두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그 외에도 거짓말을 피하는 방법, 플랍세보 및 노세보 효과, 설명서를 읽지 않는 습관, 강박장애, 수면, 나르시시스트, 사이코패스와 같은 흥미로운 주제들이 소개되고 있어 한 두 시간 정도면 정신없이 빠져들어 책을 완독할 수 있을 만큼 큰 재미가 담겨있다.

읽다보면 내 주위에 이해되지 않았던 미스터리한 현상이 상당부분 해결되어 신기하지 그지없었다. 성향이 소시오패스인 상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그 원인이 외로움에 있었음을 알게되며 일상의 미스터리가 해소되는가하면 나 자신의 수면 문제의 원인을 찾아 습관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결국은 그동안 다른 심리학 책으로 접했던 확증편향, 인지적 구두쇠와 같은 심리학과 관련된 개념을 배우게 되는 셈이지만 다른 책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를 심리학적 학술 용어로 출발하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궁금함과 미스터리를 추적해가다 확증편향이라는 연구 업적이 이것이었구나라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점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확증편향

즉 일상 그 자체를 연구하다 그 결론이 심리학에 이르는 Bottom-Up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얻은 개념은 이해도 쉽고 기억도 오래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로 시작하여 일상의 지혜로 귀결할 수 있는 이 멋진 책을 가급적 많은 독자들이 즐기길 바라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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